이 기사는 2020년 09월 23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 생태계 양적 성장은 벤처캐피탈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3년여간 시장에 나온 벤처캐피탈이 무려 70여곳을 웃돈다. 벤처캐피탈 진입 문턱이 낮아진데다 무엇보다 풍부한 유동성이 창업하기 좋은 토양을 만들어냈다.

국내에서 벤처캐피탈은 창업투자회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두 회사는 모험자본에 투자한다는 점이 같지만 주무부처가 다르고 집중하는 영역에도 차이가 있다. 창업투자회사가 주로 창업초기기업 등에 치중한다면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그로쓰 또는 메자닌 비중이 상당하다.

2019년 기준 국내에서 활동하는 창업투자회사는 149곳이다. LLC형 벤처캐피탈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같은 기간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113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기술사업금융을 전업으로 하는 곳들은 58개사로 집계된다. 이를 토대로 보면 순수하게 벤처투자에만 집중하는 벤처캐피탈은 약 200여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창업투자회사를 보면 최근 3년간 창업 열기가 가파르게 고조되는 양상이다. 2018년에는 20개 창업투자회사가 신규 등록을 마쳤다. 벤처붐이 일던 2000년(65개사) 다음으로 등록건수가 많은 해였다. 지난해에도 19개 창업투자회사가 시장에 나왔다.

올해도 추세는 여전하다. 현재까지 16개 창업투자회사가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을 마쳤다. 3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대 창업투자회사 신규 설립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해 3개 창업투자회사가 등록 말소된 걸 감안하면 9월 현재 활동하는 창업투자회사는 162곳으로 추정된다. 만 3년이 되지 않은 곳들이 활동 중인 창업투자회사 전체의 34%에 달하는 셈이다.

신시술사업금융회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업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2015년 기준 24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설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지난해말 기준 58곳으로 확대된 상태다. 올해도 6개 전업 신기술금융사가 등록을 마쳤다.

신규 벤처캐피탈 설립 열풍 배경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먼저 전략적인 진입문턱 완화가 있다. 2016년 금융위원회는 전업 신기술사업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납입자본금 요건을 기존 200억원에서 절반인 100억원으로 완화했다. 이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업투자회사 납입자본금 요건을 기존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하향했다.

낮아진 진입 문턱은 벤처캐피탈 창업 활성화로 이어졌다. 국내에서 아직 벤처캐피탈은 주식회사 형태가 대부분이다. 설립 초기에 납입하는 자금이 줄어든 만큼 신규 사업 진출이 용이해졌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벤처투자 생태계를 향한 막대한 유동성이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우호적인 정책기조 탓에 해마다 벤처캐피탈 시장에 흘러들어오는 자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주요 정책출자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올해에만 1조5000억원을 웃도는 자금을 출자했을 정도다.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신생사들에게 찾아오는 기회도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일부 출자기관들은 운용사 다변화를 위해 리그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예컨대 설립 만 4년이 되지 않았거나 운용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이하인 곳들을 루키로 분류해 별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름만 들어도 어떤 벤처캐피탈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지만 근래에는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며 "산업 전반에 들어오는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설립 요건 완화 등이 맞물리며 벤처캐피탈 창업 열풍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