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신한 '은·카·금·생·오·캐' 지각변동? 캐피탈·금투 '희비'②금융투자 '라임' 리스크에 순익 약화, 캐피탈 IB벤처 투자 강화 약진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28 07:16:05
[편집자주]
금융그룹 계열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 상반기 큰 폭의 실적 변화를 겪었다. 수익의 크기 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성장률은 예전만 못한 계열사들이 있다. 반면 성장률은 높지만 규모 자체가 작아 그룹 전체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군소 계열사도 있었다. 더벨은 각 금융그룹 계열사들의 상반기 영업 실적과 성장률을 토대로 객관적 성과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3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카·금·생·오·캐’. 신한금융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을 부르는 줄임말이다. 순이익 규모가 큰 계열사 순으로 순서가 매겨져 있다. 이는 곧 계열사 CEO들의 의전 순서이기도 하다.그 순서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나온다. 중심에 선 계열사는 신한캐피탈과 신한금융투자다. 업종도 다르고 영업전략도 달라 단순 비교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 다만 신한금융의 사업 다각화 및 순이익 기여도 측면에서 볼 때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양사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금투, 초대형IB 도약·리테일 강화 행보 ‘상품 리스크’에 발목
신한금투는 올 상반기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라임사태’의 여파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특히 리테일영업부문은 개점휴업 상태를 맞았다. 오히려 라임사태 리스크를 진화하고 뒷처리 하는 일에 몰두해야 했다
이러한 여파로 올 상반기 내내 실적 부진을 겪었다. 비은행부문 주력 5개 계열사(신한카드·금융투자·생명·오렌지·캐피탈)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다. 감소 폭도 컸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올 1분기 순이익 감소율은 34.1%, 2분기에는 감소율이 85.7%로 더 커졌다.
단순히 순이익 규모만 줄어든 게 아니다. 영업수익(매출)이 2분기 들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2분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줄었다.
매출 약화는 영업전략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 변화로 볼 여지가 있다. 신한금투는 그동안 꾸준히 IB와 리테일의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둔 영업전략을 펼쳐왔다. 신한금융지주가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했다. 기존 은행·금투 중심의 CIB사업부문을 지주·은행·금투·생명·캐피탈 5개사가 참여하는 GIB사업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경쟁력 강화의 다른 한 축은 리테일부문이다. 신한금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한은행 등과 협업해 PWM센터 중심으로 고객과 접점을 넓혔다. 신한PWM을 통해 사모펀드와 파생상품 투자 영업을 강화하면서 수수료수익 비중도 높아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라임사태 여파로 그동안 주력해 왔던 사업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신한금투의 신한PWM 중심 리테일영업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외부 자산관리사가 설계한 상품을 대리 판매하던 기존의 영업방식에 제동이 걸렸다. 그룹 차원에서도 사모펀드와 파생상품 판매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캐피탈, 리테일 버리고 벤처·IB 전념
신한금투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은 사이 신한캐피탈은 정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비은행부문 주력 5개사 중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인 곳이 됐다. 코로나19로 시장환경이 얼어붙었지만 벤처투자와 투자은행(IB)부문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고공성장을 이뤘다.
신한캐피탈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여파였다. 2분기 들어 다시 정상적인 양상으로 돌아섰다. 이 기간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5% 늘었다. 순이익 기반이 되는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10.6%, 2분기 34.2% 증가했다.
신한캐피탈이 주력한 벤처투자와 IB부문 딜(Deal)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신한캐피탈은 1년여 동안 꾸준히 호실적을 이어오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초부터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수익성 증대에 주력해온 덕분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매 분기 역성장했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수익과 순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한캐피탈의 성장전략은 사실 간단했다. 리테일(자동차금융)을 버리고 IB와 벤처투자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이다. 그룹차원에서 리테일 부분을 신한카드로 집중키로 한 영향도 있었지만 IB에 보다 집중하자는 자체적인 판단도 있었다. 아울러 벤처투자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하고 미래 이익을 다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순위 지각변동, 수익성 지표 희비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신한금투와 신한캐피탈의 희비가 더 극적으로 비춰진다. 신한캐피탈의 올 2분기 순이익률은 29.19%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7.58%이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99%를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올 2분기 순이익률 0.94%, ROE 1.32%, ROA 0.12%를 각각 기록했다.
올 상반기만 놓고보면 ‘은·카·금·생·오·캐’ 순서가 이미 변했다고 봐야 한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신한금투가 1036억원, 신한캐피탈이 1274억원이다. 올해 말까지 같은 추세를 보인다면 ‘은·카·생·오·캐·금’으로 계열사별 위상이 바뀌게 된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사업모델과 성장전략 등 두 회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며 “신한금투의 본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기보다는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올 상반기 수익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캐피탈은 사업구조조정 및 IB부문 강화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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