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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 명품의 꿈 '푸아레' 개점휴업 상반기 매출 제로, 시즌 컬렉션 포기…영업재개 불투명, 버티기·청산 등 고민중

최은진 기자공개 2020-10-12 14:16:56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6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5년 인수한 명품브랜드 '폴 푸아레(Paul Poiret)'가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잇딴 투자에도 연간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잠식 위기에 처하자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부채까지 끌어 쓰며 비용을 충당하는 사업구조 상 부활을 기다리며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내부적으로 청산과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명품 브랜드 상표권 매매 전문 회사인 루바니스(Luvanis)로부터 프랑스 명품 브랜드 폴 푸아레의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현금흐름표상 산업재산권 취득에 65억원이 집행된 내역이 나온다. 폴 푸아레 인수에 쓰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듬해인 2016년 프랑스 파리에 푸아레(Shinsegae Poiret S.A.S)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장부가액은 25억원을 반영했다.

폴 푸아레는 1904년 동명의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에 의해 탄생한 브랜드로 샤넬과 함께 1900년대 초를 풍미했던 패션 아이콘이다. 그러나 디자이너 코코 샤넬 사후에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샤넬과 달리 폴 푸아레는 1924년 브랜드 매각, 1929년 디자인 하우스 폐쇄 등 불명예를 거듭했다. 사실상 상표권만 남은 브랜드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품은 셈이다.

당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지방시 등 외국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고 해외 명품 붐이 한창이던 때였다. 단순 수입업자가 아닌 직접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업자로 발판을 넓히겠다는 포부로 폴 푸아레 인수를 추진했다. 폴 푸아레 브랜드를 활용해 향수, 화장품, 잡화, 패션 등을 출시해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명품으로서의 '브랜드력'을 되살리는 건 쉽지 않았다. 2018년 첫 파리 패션위크 패션쇼를 열고 시즌 컬렉션을 선보였지만 매출은 단 20억원에 그쳤다. 명품 브랜드 매출 치고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9년에도 마찬가지로 시즌 컬렉션을 내놨지만 매출은 14억원에 불과했다.

푸아레 법인 설립 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3년간 추가로 쏟은 투자금만 총 252억원, 손상차손으로 반영한 규모는 250억원이다. 투자금 대부분을 손실처리한 셈이다. 푸아레를 인수한 후 올린 누적매출은 34억원, 순손실은 341억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푸아레 법인에 투자할 의지가 상당부분 꺾인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자금지원을 중단했다. 올해는 디자이너도 채용하지 않은 채 시즌 준비도 포기했다. 판매할 상품이 없으니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제로(0)'다. 법인 유지비용 탓에 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푸아레 법인은 모기업의 지원이 끊겨 차입으로 버티는 분위기다. 그동안 없었던 부채가 올해 상반기 약 7억8000만원 가량 발생했다. 자본은 14억원이 남았다. 영업중단 상태에서도 수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추가지원이 없는 한 조만간 자본잠식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공식적으로 버티는 데까지 버텨 부활을 노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매각 및 청산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분간 영업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용만 빠져나가는 구조가 부담스럽다는 판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내부 관계자는 "2018년과 2019년 시즌 상품을 내놨지만 투자한 것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 영업중단을 시켜놓은 상태고 언제 영업을 재개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지만 어떤 결단을 내릴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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