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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대한항공 빅딜, 현중-대조양과 같지만 다른 '상황'한진·현대중공업그룹 자금력 대비, 경영권 분쟁도 차이

김경태 기자공개 2020-11-16 11:25:09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5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국내 대형항공사(FSC) 통합을 추진하면서 약 2년전 조선업 구조조정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과 현재의 한진그룹이 처한 상황이 대비되기 때문이다.

앞서 산은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빅딜은 지난해 1월 가시화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본격화했지만 산은은 물밑에서 삼성중공업 측과도 접촉하며 사실상 딜을 주도했다.

빅딜을 추진한 고민의 시작점은 비슷하다. 국내 조선 3사는 2014년 해양 플랜트 부실로 수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서로 저가 수주에 목맨 점이 오히려 경쟁력을 악화시켰다. 산은은 국가 경제의 한 축인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빅2 체제'로 재편을 시도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건도 같은 차원으로 해석된다. 산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던 때부터 양사를 한 묶음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우조선해양 거래가 수면 위로 드러난 때와 시점이 겹친다. 그 후 올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제동이 걸린 뒤 산은은 다른 방향을 모색했다.

당시 채권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동걸 회장이 직접 플랜B를 넘어 C, D까지 검토를 끝냈고 발표 자료와 공개 시점까지 세세하게 진두지휘했다"고 설명했다.

매각은 실패했지만 항공산업은 살려야 한다는 점은 분명했다. 현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 재매각에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점과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대한항공을 통한 아시아나 인수 쪽으로 기운 셈이다.


M&A 추진 구조에서 유사점도 있다. 지난해 초 산은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5.7%)을 현물출자 해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번에도 △산은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지분율 약 37%)으로 전환해 한진그룹에 현물출자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한진칼이 넘겨받을 수 있도록 제3자 배정 유증 방식으로 한진칼에 돈을 투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닮은 면이 있지만 차이점도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인수자의 상태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으로 사업적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그룹의 생존 기반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룹 최상단에 위치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구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곳은 현대중공업지주다. 이 곳은 2017년 분할해 설립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직전인 2018년 흑자를 기록했다. 재무상태도 안정적이었다. 2018년말 부채비율은 121.2%다. 실탄도 충분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조1000억원, 단기금융상품은 238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해 실탄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처분해 1조3749억원을 마련했다. 범(凡)현대가의 존재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차그룹 등 범현대가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도 도움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출처: 공시, 기준: 연결, 단위: 백만원, %

반면 한진칼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여력이 충분치 않다. 한진칼의 올해 상반기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66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553억원이다. 물론 한진그룹은 '2조 자구안'을 조기에 달성하긴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올해 2월 비핵심·저수익 사업을 구조조정해 재무구조 개선을 하겠다고 밝힌 뒤 기내식·기판 사업, 송현동 부지 등 전방위적인 자산 처분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채권단의 존재를 의식한 측면이 있었다.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3000억원을 영구채 형태로 지원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한국공항 주식 188만5134주(59.54%)를 담보로 받고 근질권도 설정했다. 마련한 실탄은 대한항공, 진에어 등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시청역 본사 사옥 등 여전히 보유한 부동산이 다수 있고, 계열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종식 시점을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과는 달리 한진그룹도 '제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대한항공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버거울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달리 범한진가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고 조수호 회장이 이끌던 한진해운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최은영 회장의 유수홀딩스가 명맥을 유지 중이다. 한진중공업은 산은이 최대주주이며 최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유일하게 건실한 곳이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그룹이다. 하지만 한진그룹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인수 구조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때는 산은 보유 주식의 현물출자 뿐 아니라 유증에서 대규모 현금 출자가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빅딜에서 한진그룹의 오너일가 또는 한진그룹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는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점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이사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이 확고하게 지배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과 다투고 있다. 지분율에서는 3자연합이 앞선 상태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현물 출자 등으로 한진칼의 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경영권 분쟁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벌써 시장에서는 산은이 단기적으로는 한진그룹에 대한 지원에 나섰고, 중장기적으로는 사실상 FSC 국유화 추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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