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에이치엘비]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로 '바이오 생태계' 확장③적극적 오픈이노베이션 결과 올해 후보물질 4개 라이선스 인
최은수 기자공개 2020-11-18 08:18:39
[편집자주]
에이치엘비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이슈 메이커다. 여전히 바이오 기업으로써 정체성과 보유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항암제 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NDA가 지연되지만 또 다른 M&A로 제약사를 끌어 안고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의 물질만으로 신약에 도전을 했다 좌초의 기로에 놓인 경쟁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에이치엘비가 새로운 바이오텍 성장 모델이 될지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신규 파이프라인을 대거 도입했다. 비슷한 시기 핵심 파이프라인 하나를 앞세워 글로벌 임상 3상 성과 창출에 몰두하던 경쟁사와는 다른 행보였다.에이치엘비는 바이오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두고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에 나섰다. 도입한 후보물질의 적응증 및 임상 단계는 올해 시판에 들어간 제품부터 임상시험에 첫 발을 디딘 물질까지 다양하다. 에이치엘비 바이오 생태계(HBS)의 외연을 확장했고 리보세라닙 편중으로 인한 사업 리스크도 완화하는 전략을 폈다.
◇세분화한 오픈이노베이션, '파이프라인 스펙트럼' 확장
에이치엘비가 올해 확보한 파이프라인은 자회사 이뮤노믹테라퓨틱스가 개발중인 교모세포종 치료 신약 후보물질 'ITI-1000' 및 'ITI-1001', 난소암 치료제 '아필리아',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 '파이로티닙' 등이다.
에이치엘비는 각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모두 다른 접근법을 사용했다. 직접 지분을 투자해 파이프라인 권리를 확보하기도 하고, 자회사 등을 활용해 판권을 인수하는 등 세분화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쳤다.
올해 에이치엘비의 이뮤노믹테라퓨틱스(이뮤노믹)에 지분 투자는 오픈이노베이션 가운데서도 빅딜로 꼽힌다. 에이치엘비는 먼저 약 120억원을 출자해 이뮤노믹의 지분 12.92%를 확보했다. 이후 약 3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이뮤노믹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올해 반기 기준 지분율은 29.42%다.
에이치엘비가 이뮤노믹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배경은 항암신약 외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뮤노믹은 'UNITE(Universal Intracellular Targeted Expression)'라는 면역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2015년 이 기술에 기반한 알레르기 치료제 기술을 아스텔라스(Astellas)에 반환 의무 없는 선급금 3억1500만달러에 라이선스 아웃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중국 항서제약과 표적항암제 파이로티닙의 한국 독점 권리 이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170만달러(약 20억원), 첫 적응증 허가 시 50만달러(약 6억원)을 항서제약에 추가 지급한다.
이밖에 에이치엘비는 자회사인 엘레바를 통해 수익성이 기대되는 물질을 도입하기도 했다. 올해 3월 스웨덴 바이오 기업인 오아스미아 파마슈티컬로부터 항암제 '아필리아(Appealea)'의 글로벌 권리를 이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UNITE를 기반으로 여러 파이프라인의 다양한 적응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뮤노믹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주목받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의적절했던 '리보세라닙 리스크' 완화 전략
올해 에이치엘비가 신규 파이프라인을 도입한 배경엔 자사 바이오 생태계 확장과 함께 리보세라닙으로 제기됐던 사업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의중도 포함됐었다.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는 에이치엘비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올해 바이오업계를 관통한 화두였다. 작년 시장의 기대를 안고 임상 3상에 돌입했던 유수의 바이오텍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진 데 대한 반작용이었다. 작년 상반기까지 성공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던 시장 분위기는 경쟁업체들이 연이어 좌초하자 하반기 들어 급랭하기도 했다.
에이치엘비 역시 작년 리보세라닙 임상 3상에서 대표적 유효성 지표인 전체 생존율(OS)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주가 폭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신규 파이프라인을 대거 도입하고 다른 유효 지표를 토대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을 종료하고 NDA 신청 계획을 알리며 주가 회복에도 성공했다.
에이치엘비는 올해 339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사한 것도 리보세라닙 외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이치엘비가 유증에 돌입할 당시 리보세라닙은 글로벌 임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터라 권리 최종 인수를 위한 잔금 납입, NDA 신청을 위한 비용 지출 정도가 남았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바이오업계에선 무사히 IPO를 완주하려면 '원 프로덕트 리스크'가 없다는 것을 시장에 입증하는 게 최우선이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한 물질에 집중해 사업을 하던 회사들이 부실화하자 거래소 및 감독당국 등에서도 예의주시했기 때문에 적기에 여러 바이오텍들은 사업 다각화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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