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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기업대출 '주춤'? 우리은행 '예외' 상반기 유동성 확보 주력, 채권시장 안정세…주채무계열 9개 전담 영향

이장준 기자공개 2020-12-07 08:05:36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0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대기업들은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을 크게 늘렸다. 하반기부터는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며 대출잔액이 대체로 줄어든 양상이다. 다만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주채권은행으로 삼은 우리은행만은 예외였다.

은행별 3분기 팩트북(Factbook)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대기업 대출은 93조279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 82조3110억원에서 3개월 만에 94조6713억원으로 불어난 뒤 소폭 줄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공공기관대출도 포함된 값이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 전반적인 추이를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올 초 이들 대출이 급증한 건 코로나19 영향 탓이 컸다. 대기업들은 유례없는 팬데믹에 대비해 곳간을 채웠다. 채권시장에서 왜곡이 심했던 만큼 은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초창기 대기업들은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한도성자금을 끌어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3~5월 선제적으로 위험에 대처하려 해 대기업대출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후 채권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자금 공급이 수월해지자 시중은행 대출 잔액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3분기 들어 대기업대출이 감소했다. 6월 말과 비교했을 때 3개월 새 국민은행은 1.71%, 신한은행이 1.5%, 하나은행이 1.2%씩 대출잔액이 감소했다. 우리은행만이 같은 기간 37조2285억원에서 37조8154억원으로 1.6% 증가했다.

증감률로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대기업대출 규모는 우리은행이 절대적으로 앞서있다.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대기업대출 잔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시절부터 대기업들을 지원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주채무계열도 꽉 잡고 있다. 주채무계열은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이 금융권 전체 신용공여 잔액의 0.075%를 넘는 대기업집단을 말한다.

올 5월 금융감독원이 선정한 28대 주채무계열 가운데 우리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삼은 기업은 삼성, LG, 한화, 현대중공업, 포스코, 두산, CJ, 효성, 코오롱, 대림 등 9개에 달한다. 신한·하나은행(5개), 국민은행(2개)은 물론 산업은행(7개)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올해 유독 대기업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9월 말 기준 대기업대출은 작년 말 대비 13.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7.2%), 가계대출(4.9%)보다도 증가세가 가팔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삼성, LG 등 굴지의 기업들과 거래하면서 유독 대기업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기업대출은 안정적이긴 하나 고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울러 대기업이 직접 채권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우리은행 대출 포트폴리오도 대기업에서 가계와 중기·소호로 넘어가는 추세였다.

2015년말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은 44조원에 육박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가 넘었다. 이듬해 40조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작년 말에는 33조3304억원을 기록했다가 올 들어 다시 급증한 것이다.

4분기에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대기업대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통상 결산을 맞아 연체비율을 관리하는 만큼 전반적으로 취급액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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