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임원인사 미리보기]메리츠화재, 강영구·최석윤 사장 연임 갈림길5년간 임원 규모 2배 늘려, 외부 출신 두 수장 거취 주목
이은솔 기자공개 2020-12-11 07:51:06
[편집자주]
인사가 만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본격적인 인사철이 코앞에 다가왔다. 매년 11~12월 무렵이면 인사에 울고 웃는 임원들이 속출한다. 이런 가운데 각 금융사의 최근 몇년간 인사 흐름을 들여다 보면 과연 어떤 방향성을 갖고 인사를 단행할지 일부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더벨은 각 금융사의 최근 몇년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이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김용범 부회장 지휘 아래 빠르고 효율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중위권이었던 메리츠화재는 손해보험사의 핵심 사업영역인 장기인보험에서 파격적인 전략으로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렸다.타사 출신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컨설팅사 임원을 곧바로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틀을 깨는 행보를 보인 게 성장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 곧 단행할 임원인사에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건 2명 사장의 거취다. 강영구 윤리경영실장과 최석윤 기업보험총괄 모두 연임과 교체의 기로에 서 있다.
◇외부 출신 임원 영입 적극, 임원수 대폭 늘어
메리츠화재는 매년 연말 승진 인사를 발표한다. 올해는 이달 중순께 인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보험사들은 어려워지는 보험업 환경에서 임원진 규모를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2015년말 총 24명이었던 메리츠화재의 임원은 2019년말 49명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
임원 이동 추이를 살펴보면 매해 사임하는 임원수는 통상 3~4명이다. 다만 2019년 인사에서는 이례적으로 8명이 사임했다.
반면 신규 선임 임원은 10명 안팎을 유지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컨설팅사, 메리츠금융지주 등에서 고위 임원을 선임해왔고 내부 부장급 임원들을 매년 상무보로 승진시켰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라이나생명 등 타사 출신 임원들을 스카웃해오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김용범 부회장은 2015년 취임 이후 '아메바 경영'으로 대표되는 조직 효율화를 통해 중간관리자와 보고체계를 없앴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인당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직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 임원진 규모를 늘린 것은 성과주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손보협회장 '노크' 강영구, 기업보험 총괄 최석윤
대표이사 부회장 아래 2명의 사장이 존재하는 독특한 체제 역시 빠르게 성장하던 메리츠화재의 특수성에서 탄생했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GA) 수수료를 높이며 장기인보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렸고 손해율이 높아 판매할수록 손실이 커졌던 자동차보험 시장은 비중을 줄이며 효율화를 시도했다.
이는 감독당국의 기조와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 공격적 영업 탓에 소비자보호 문제도 필연적으로 따라붙었다. 2015년 강영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영입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에게 윤리경영실 업무를 맡기며 사장으로 예우했다.
당초 강 사장은 올해 인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지난 10월 손해보험협회장 인선에서 후보군으로 등장하면서다. 메리츠화재에서도 올해 말 기준 임기 5년을 채운데다 만약 연임 의사가 있었다면 다른 자리에 공식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을 거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손보협회장 인선에서 다른 후보가 최종 추천되며 강 사장의 다음 행선지는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에서 연임을 노릴 가능성이 최근 거론된다.
최석윤 기업보험총괄 사장도 메리츠화재가 기업보험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특한 인사다. 최 사장은 보험사 경력이 없는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으로 선임 때부터 화제가 됐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부터 기업보험 강화를 목적으로 삼고 최 사장을 선임했다. 기업보험은 1건당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지만 그만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리스크도 크다. 이 때문에 재보험 출재가 필수적이다. 재보험 출재 비율을 높이면 수익성이 떨어져 순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다로운 분야다.
메리츠화재는 과거 기업보험에서 큰 손실을 입었던 경험이 있어 관련 사업 확대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선박 선수금환급보증(RG)보험을 수주한 후 기준에 미달한 재보험사에 출재해 조선사 파산으로 인한 선수금 환급 비용을 메리츠화재가 물어내야 했다. 당시 연간 순익의 2배에 달하는 18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메리츠화재는 최석윤 사장을 필두로 기업보험 분야 개척에 큰 공을 들였다. 이듬해에는 보험중개회사 출신 임원들을 연이어 선임했다. 구경태 전무는 보험중개회사인 마쉬코리아에서, 박홍기, 이종화 상무는 에이온코리아보험중개에서 선임했다. 기업보험 시장에서 보험리스크를 측정해 인수할 보험사를 찾는 역할을 하는 보험중개회사 출신을 선임해 기업보험을 키우겠다는 셈법이었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기업보험 성장세는 목표만큼 빠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보험이 포함된 일반보험 경과보험료는 2019년 10% 증가했지만 2020년에는 11% 줄었다. 일반보험 손해율과 사업비율도 2018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 사장은 2018년 선임 이후 올해 말 첫 임기 만료를 맞는다. 김 부회장이 부여한 목표치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연임에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범 부회장 역시 임기가 내년 3월말까지다. 업계 안팎에서 김 부회장이 5년 동안 메리츠화재를 안정적으로 경영해오면서 이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교체를 예상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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