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약바이오 마켓 리뷰]레고켐바이오, L/O 성과 '톱'…플랫폼 가치 입증4.7조 딜 성사시킨 알테오젠 뒤이어, 계약조건·파트너 평가 긍정적
서은내 기자공개 2020-12-23 07:33:10
[편집자주]
2020년 K-바이오는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뒤흔들면서 업체별몸값에도 지각변동이 일었다. 높아진 밸류에이션 만큼 자금 조달도 활발했다. SK바이오팜 IPO 흥행으로 비상장사 투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여기에 조단위 기술이전 등과 같은 낭보도 꾸준했던 한 해였다. 더벨은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요 이슈를 되짚어보고 내년 시장 흐름을 조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2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이전 트렉레코드는 바이오텍의 R&D 역량이 제약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중요한 지표다. 2020년도 국내 신약개발 업체들의 라이선스아웃 딜이 연달아 헤드라인을 장식해왔다. 글로벌 딜의 총 합산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서 지난해 8조5000억원 기록을 또한번 갈아치웠다.다양한 신약 개발 분야, 다양한 파트너 기업들과의 기술이전 딜이 이어진 가운데 단연 돋보였던 것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의 활약상이다. 이는 더벨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투자 전문가들은 올해 라이선스아웃 딜 중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회사로 레고켐바이오를 꼽았다.
22일 더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술이전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곳은 어디라고 보는가'란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3.8%)이 레고켐바이오를 꼽았다. 더벨은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30인의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 중국 시스톤 파마수티컬스, 미국 픽시스 온콜로지 등 해외 제약사 세 곳에 ADC플랫폼 기술, ADC 항암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총 네 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딜에 성공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올해 첫 딜과 마지막 딜을 이끌어낸 것도 레고켐이다.
네 개 딜을 합한 규모는 1조5095억원, 선계약금의 합은 278억원이다. 각각 딜 건당 규모로 보면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최대치는 아니지만 회사별(올해 딜 합계액 기준) 딜 규모는 2위, 선계약금 규모로도 2위다.
레고켐바이오가 올해 베스트 딜 회사로 꼽힌것은 단순히 규모나 건수에서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레고켐바이오의 딜은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ADC)' 분야라는 최근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최고의 점수를 매겼다.
한 바이오 투자 전문가는 "레고켐바이오는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ADC 시장에서 기술력을 검증받고 글로벌 선두주자 위상을 확보했다"며 "신약개발의 오픈이노베이션 컨셉을 한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10대 제약사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기술을 4조7000억원에 수출한 알테오젠은 베스트 기업 2위(15.4%)에 올랐다. 알테오젠은 지난해에도 1조6000억원을 웃도는 글로벌 딜을 성사시키고 잇따라 대규모 결과물을 내놓으며 역량을 또다시 입증했다.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과를 낸다는 점은 레고켐바이오와 겹친다. 딜 건당 거래액 기준으로는 알테오젠의 해당 딜이 가장 규모가 컸다.
또다른 투자사 심사역은 "해당 계약을 체결한 파트너 기업의 역량과 계약 조건을 살펴 볼때 실질적으로 파트너 기업이 알테오젠의 후보물질 개발을 위해 뒷받침해 나갈 연구 및 임상 개발, 영업능력, 자금력은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그만큼 딜의 퀄리티가 높다"고 분석했다.
3위는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올릭스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각각 11.5%씩 응답률을 기록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유한양행에 알레르기치료제 후보물질(GI-301)을 1조4090억원에 이전했다. 국내 딜임에도 좋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건당 거래액 규모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이 2위다. 선계약금 규모는 200억원으로 3위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을 베스트 기업으로 꼽은 전문가들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라이선스아웃 성과를 낸 다른 기업들과 달리 비상장기업으로서 전임상 단계에 있는 물질을 통해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점, 또 "대표자의 글로벌 인맥과 역량이 잘 녹아든, 기술 기반 라이선스아웃"이라는 점을 선택의 근거로 들었다.
올릭스는 프랑스 RNA 분야에서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습성황반변성 치료제 등 안질환 치료제 4개 물질에 대한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RNA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분해하는 물질을 세포 속에 삽입해 치료 효과를 낸다.
RNA(리보핵산) 활용 치료제의 일종인 siRNA(small interfering RNA) 치료제로서는 국내 기업 중 최초의 기술이전이란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해당 딜 거래 규모는 9160억원, 선계약금은 216억원으로 2.3%다. 올릭스의 딜은 올해 전체 기술이전 거래 중에서 선급계약금만 따져보면 건별 기준으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베스트 기업 4위권 내에 들지는 못했지만 건별 선급계약금 액수로 1위는 SK바이오팜의 딜이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기술을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지난 10월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총 거래규모는 5788억원, 선급계약금이 545억원이다. 초기에 수령한 계약금이 거래액 대비 9%를 웃돈다.
선급계약금이 비교적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파트너 기업이 당장 현재 해당 기술에 대해 지불할 의사를 표시하는 절대적인 액수가 높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SK바이오팜의 라이선스아웃 실적이나 올릭스의 실적의 의미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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