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12일 10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흥아해운과 STX의 만남이 잘못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STX는 흥아해운을 품에 안아 무역업은 물론 운송사업까지 확장하기를 기대했다. 흥아해운은 STX의 선박관리사업에 힘입어 해운업 위상이 높아지길 바랐다.안타깝게도 이들의 '케미(chemistry)'는 좋지 못했다. 딜 결렬의 근본 원인인 자회사 흥아프로퍼티그룹의 대여금을 회수 가능한 채권으로 볼지, 돌려받지 못할 부실채무로 판단할지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그뿐만 아니라 M&A가 진행되는 내내 서로의 입장이 사사건건 달랐다. 평행선을 달렸던 이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계약해제 통보 시기를 놓고 한 차례 공방을 벌였다. 흥아해운은 STX 측이 인수계약을 결정짓는 주주총회가 지나고 나서야 대여금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을 협상할 시간적 여유 없이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STX의 입장은 정반대다. 실사가 시작된 11월부터 차명법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해명을 요구했다고 반박한다.
STX컨소시엄(APC PE-STX마린서비스) 구성을 두고도 오해를 샀다. 흥아해운은 유상증자 절차를 진행하자 APC PE가 빠지고 듣도 보도 못한 신생 사모펀드 두 곳이 들어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STX는 진작에 물어봤으면 말해줬을 거라고 반응했다. 펀드 자체는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없어 자회사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일 뿐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면 같은 M&A를 진행한 것이 맞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다.
흥아해운과 STX를 따로 떨어뜨려 놓고 본다면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설명을 잘해줄 수 없었다. 흥아해운은 대여금이 생긴 배경이 상세히 적힌 공문을 보내줬다. STX컨소시엄 대표는 직접 화이트보드에 흥아해운의 지배구조를 그리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정작 거래 당사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STX 측에서 흥아해운의 필리핀 현지 차명법인의 존재를 밝히며 갈등이 고조됐다. 계약금 반환 소송이 임박한 가운데 흥아해운이 최근 계약금 108억원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STX에 전달하며 일단락됐다. 흥아해운은 계약금을 자산으로 귀속시켜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일부 채권단을 설득하고 있다.
"그 어느 날 너와 내가 심하게 다툰 그 날 이후로 너와 내 친구는 연락도 없고 날 피하는 것 같아 그제서야 난 느낀 거야 모든 것이 잘못돼 있는걸"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최악의 수는 피했다. 계약금이 STX로 반환된다면 이들의 인수계약 관계는 끝난다. 다만 흥아해운과 STX의 '잘못된 만남'에 대해선 커다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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