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M&A]기업회생절차 신청 배경은 '쌍용차 사례'잠재적 인수 후보군·업황 개선 강조해 매각 가능성 어필, 존속가치 입증 '총력'
유수진 기자공개 2021-01-15 10:20:22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쌍용자동차 사례'를 참고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잠재적 인수 희망자가 존재하는 등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어필해 법원으로부터 회생개시 결정을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다.그동안 이스타항공은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크다고 판단해 법정관리 신청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로 미뤄왔다. 1년 가까이 영업을 하지 못한데다 코로나19로 항공업황 개선 시점이 불투명해 신청하더라도 기각될 거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던 협상이 틀어지며 방향 선회를 결정했다.
14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현재 법무법인과 협의해 회생절차개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재판부 설득에 성공해 인용 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업의 존속가치 강조에 초점을 맞췄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 회생법원에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측은 앞서 작년 말 회생절차를 신청한 쌍용차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쌍용차는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해 3개월의 '유예기간'을 받아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의사 확인을 거쳐 다음달 28일까지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해줬다.
업계에서는 회생법원이 대주주 마힌드라와 잠재적 투자자간 협상이 진행 중이고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해 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고 본다. 사실상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ARS를 통한 회생절차 신청을 수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은은 지난해 쌍용차가 빌려간 900억원의 만기를 한 차례 연장해줬고 채권자로서 ARS 프로그램 적용에도 동의했다. 특히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2일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조건부 지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사가 고통분담을 염두에 두고 성실히 교섭에 임하면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제안이다.
이날 이 회장은 "투자자 제안이 제출되면 추가지원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쌍용차 노사는 잠재적 투자자와 사업의 존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협상결과를 만들고 사업성 평가결과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추가지원을 위해선 단체협약 단위를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흑자 전까지 쟁의행위를 중단하라는 조건도 달았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본 이스타항공은 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회생절차 신청에 나서기로 했다.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단 의미다. 최근까지 협상을 이어온 호남 기반 중견기업을 포함해 네 곳에서 인수 의사를 표명했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항공업황 개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는다.
매각주관사 관계자는 "쌍용차는 계속기업가치가 높지 않지만 산은의 조건부 자금투입 등을 조건으로 ARS 방식의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받아들여졌다"며 "이스타항공도 회사 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소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이스타항공은 회생절차를 신청하더라도 개시가 되지 않고 파산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신청 자체를 조심스러워 한 이유다. 멀쩡한 항공사들조차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한 이스타항공이 존속가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걸로 봤기 때문이다.
회생절차 신청에 앞서 우협을 선정하려 한 것도 법원 설득의 목적이 컸다. 우협이 정해졌다는 건 해당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법원은 통상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한다고 판단해야 회생개시를 결정한다. 신청이 기각되면 사실상 파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 인수 희망자와 벌여오던 협상이 지난주 중순 최종 결렬되며 노선을 바꾸기로 했다. 최근 변화된 상황을 설명해 회생개시를 승인받고 법원 주도의 인가전 M&A를 추진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주식이 휴지조각이 돼 대주주 관련 논란이 사라지고 투명한 매각 절차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껏 인수 의향을 밝혀온 온 네 곳 이상의 잠재 후보들이 입찰에 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수 의지가 있지만 이스타항공과 직접 협의해 우협에 선정될 경우 정치적 이슈 등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손사래를 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관계자는 "공개입찰이다 보니 기존 네 곳 외에 추가적인 투자자의 참여도 많을 것"이라며 "매각 성공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