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3월 03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상속이 완료되면서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는 임 회장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임 회장이 별세한 이후 그 배우자인 송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그룹은 당장 2세로의 경영권 승계보단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 공동 경영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임 회장은 지난 2일 자신이 보유 중이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1763만여주를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상속했다. 송 회장이 699만여주를,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첫째)과 임주현 사장(둘째), 임종훈 사장(셋째)이 각각 355만여주를 나눠 받았다. 법정 상속분대로가 아닌 배우자 2 대 자녀 1 비율이었다. 송 회장이 40%를, 세 자녀가 20%씩이다.

그 결과 송 회장은 지분이 기존 1.26%에서 11.65%로 늘면서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임종윤 사장은 3.65%에서 8.92%로, 임주현 사장은 3.55%에서 8.82%로, 임종훈 사장은 3.14%에서 8.41%로 각각 지분이 늘었다. 임 회장과 송 회장의 세 자녀 모두 동일한 비율로 상속받은 만큼 형제간 지분율 격차는 상속 전과 같다.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는 고 임성기 회장을 정점으로 한미사이언스(지주회사)→한미약품(자회사)→한미정밀화학,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손자회사)로 이뤄져 있다.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상속으로 인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송 회장이 올라서게 됐다. 임 회장 별세 이후 업계에선 장남인 임종윤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임 사장이 그간 걸어온 행보를 보면 삼남매 중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 가장 앞서왔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2010년 7월 한미약품이 인적분할되면서 한미사이언스라는 존속법인으로 바뀜과 동시에 부친인 임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에 올랐다. 부친이 물러난 2016년부터는 단독 대표를 맡았고, 작년 9월 송 회장이 각자 대표에 오르기 전까지 그룹 지주사 경영을 이끌었다.

작년 연말 그룹 임원 인사에서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장남인 임종윤 사장의 뒤를 이었다. 특히 장녀인 임주현 사장의 행보가 눈에 띈다. 임 사장은 지난해 부친 별세 이후 모친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등기임원에도 올랐다.

삼남매 중에서 막내인 임종훈 사장만 한미사이언스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다. 다만 임종훈 사장의 경우 한미사이언스 지분 6.43%를 보유한 한미헬스케어 대표를 맡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임주현 사장을 제외하고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모두 등기임원이다. 모친인 송영숙 회장은 한미약품 미등기임원이다.

임 회장 가족 중에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주력 사업 자회사인 한미약품 모두에서 등기임원으로 있는 사람은 장남인 임종윤 사장뿐이다. 큰 차이는 나지 않지만 삼남매 중에서도 임 사장이 가장 많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갖고 있다.

당초 업계의 관측대로 이번 상속 결과 임종윤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여전히 임 사장이 경영권 승계 측면에선 앞서고 있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한미약품그룹은 당분간 송영숙 회장 체제에서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갈 전망이다.

임성기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상속 외에도 증여가 이뤄졌다. 가현문화재단과 현재 설립을 추진 중인 임성기재단이 수증자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모두 이번 증여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됐다. 지분율은 각각 4.89%, 3.00%다.

임성기재단 이사장은 임 회장과 함께 40여년간 한미약품에서 근무하며 신약 개발을 주도해온 이관순 부회장이 맡기로 했다. 이 재단은 고 임 회장이 수년 전부터 설립을 준비해왔는데, 임 회장 타계 후 그 유지를 받들어 유족이 최우선 순위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향후 송 회장의 의중에 따라 2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경우 한미사이언스 지분 6.83%를 보유 중인 한미헬스케어 외에도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등 두 공익재단의 보유 지분이 경영권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상속은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방안으로써 임 회장 가족 간 합의로 도출된 것”이라며 “송 회장을 비롯해 삼남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가족 책임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