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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벤치마킹한 박철완, 결과는 다를까 출구전략 고민하는 KCGI...박철완 상무는 '배수의 진'

조은아 기자공개 2021-03-08 10:56:23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4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행보는 2년여 전 한진칼을 겨냥했던 KCGI의 행보와 닮아있다. 실제 박 상무는 경영권 분쟁을 준비하던 지난해부터 KCGI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상무는 3일 ‘주주 전체를 위한 기업으로 재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제안을 홈페이지(GoBeyondKumhoPetrochemical)에 공개했다. 이 제안에는 주주제안 배경, 금호석유화학 현황 및 변화의 필요성,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이 담겼다.

2년 전 KCGI도 ‘밸류한진’이라는 홈페이지를 열어 ‘한진그룹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했다. 무려 116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한진그룹의 낙후된 지배구조가 결국 일반주주, 채권자, 직원, 나아가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얼마 뒤 감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을 추천하는 등 모두 7개에 달하는 주주제안도 내놨다.

KCGI는 당시 ‘한국판 엘리엇’이라고 불리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한진그룹이 오너일가의 잦은 일탈로 차가운 시선을 받던 시기였던 만큼 초반에는 어느 정도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박 상무와 KCGI의 가장 큰 차이는 근본적 목적이 다르다는 점이다. KCGI가 노렸던 게 결국 기업가치 개선이라면 박 상무는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최대주주로서의 권리를 찾고 적극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박 상무가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방안도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지분율 싸움을 위해 소액주주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2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와 달리 박 상무는 단기간에 승부를 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분쟁에서 지면 사실상 금호석화에 계속 몸담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상무는 지분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박 상무는 4일 장내매수를 통해 금호석화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박 상무의 지분율은 기존 9.10%에서 9.13%로 높아졌다. 박 상무 측은 또 별도 공시를 통해 어머니 김형일씨가 특별관계자로 추가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금호석화 주식 2만5875주(0.08%)를 보유 중이다. 박 상무 측의 지분율은 기존 10%에서 10.12%가 됐다.

KCGI는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고 있긴하지만 잃은 건 없어 보인다. 현재로선 엑시트(자금 회수) 시점만 저울질하면 된다. KCGI는 처음 한진칼 주식을 주당 2만원대에 사들였다. 그 뒤 지분율을 늘리며 평단가가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진칼 주가가 현재 6만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는 점을 볼 때 시세차익이 적지 않다.

명분으로 내세운 지배구조 개선 역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진칼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지배구조를 가다듬었다.

3자 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현재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잠잠하다. 올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도 포기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저지하지 못한 뒤 동력을 상실한 데다 KDB산업은행이 3자연합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명분조차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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