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n조원" vs SK "말도 안된다"…양사 리스크는 美 사업·소송 비용·국익 논란 재점화까지, 보이지 않는 합의점
박기수 기자공개 2021-03-08 10:58:1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4일 15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ES)과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ES의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의 관심사는 이제 '배상 규모'로 쏠리고 있다.LGES는 SK이노베이션에 막대한 규모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LGES 측이 주장하는 배상 규모에 합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양 사가 입장을 계속 고수할 경우 드러날 수 있는 각종 리스크(Risk)도 업계의 관심사다.
ITC는 지난달 SK이노베이션에 특정 리튬이온배터리와 배터리 셀, 배터리 모듈, 배터리 팩과 부품들에 대해 10년 동안 제한적 수입금지조치를 내렸다. 다만 미국 내 포드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당 프로젝트를 위한 공급은 각각 2년과 4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여전히 거리 먼 양사 합의점
이제 두 갈림길이다. 우선 양 사간의 합의다. 적절한 배상 규모에 대해 동의하고 사건을 결론지으면 된다. 합의가 안 된다면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청구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항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항소 등을 포함해서 또 손해배상에 관한 법원 명령이 나오기까지는 약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LGES는 수조원 규모의 배상금을 SK이노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배상금 규모가 최대 9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배상의 형태는 현금 혹은 로열티 지불, 심지어 계열사 지분까지 거론된다.
배상의 형태보다는 '총액'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징벌적 배상금 제도를 비롯한 미국 내 영업비밀 침해로 이뤄졌던 글로벌 기업들의 소송 전례들은 LGES의 'n조원 배상금'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 근거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ITC 소송이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하고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ITC에 제소했다. ITC는 대웅제약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했고 21개월 간 수입 및 판매를 금지했다. 결국 약 380억원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2년여에 걸쳐 지불하고 자회사 '에볼루스'의 주식 16.7%와 에볼루스 매출의 10~15%를 21개월 간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했다.
앞선 메디톡스 사례는 제약 세계 시장 규모로 따지면 약 5조원에 해당한다. 반면 이번 케이스인 배터리의 경우 시장 규모만 약 64조원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합의 금액 역시 커져야 마땅하다는 것이 LGES 측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패소 후에도 LGES 측이 주장하는 배상금 규모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합의를 논하기 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모두 활용해본다는 입장이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대해볼 수 있다. ITC의 최종 판결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실제 조지아주가 지역구인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은 SK가 공장을 건설 중인 조지아주에서 2600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행정부의 대응을 주문했다. 워녹 의원은 "ITC의 판결이 조지아주 노동자들과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 자동차 정책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라고 강조했다.
◇입장 고수할 때 양사 노출되는 리스크는
리스크는 패소한 SK이노베이션 측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유예 기간을 받은 포드와 폭스바겐 측의 경우 일정 기간을 부여받았지만 SK이노베이션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사를 찾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측이다. 합의없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사업 리스크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또 2019년부터 이어져왔던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도 계속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 항소에 들어가는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몇 년 후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손해배상에 관한 명령이 나왔을 때 그 금액이 현재 LGES 측에서 요구하는 합의금보다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ES의 리스크는 소송 초기부터 언급됐던 '국익' 리스크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양 사의 분쟁으로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는다면 결과적으로 국내 배터리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ITC 소송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과 배상금 규모를 정하는 문제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LGES에서 과도한 배상을 요구할 경우 또 한 번 국익 훼손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 산업이라고 거론될 만큼 산업에 대한 관심이 경제계를 넘어섰다"면서 "ITC 판결이 났으니 이제 양 사가 원만하게 합의해 타국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대부분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많게 9조원까지 거론되는 배상금을 합의할 바에 차라리 미국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단순하게 10년 동안 배터리 사업을 했을 때 LGES가 요구하는 배상금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그렇다'라고 답하기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기수주한 금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법원 판결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합의'로 방향성이 틀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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