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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권고 이어가던 ISS, 김정태 연임은 왜 찬성했나 사법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 하나금융 '문제 없어'

고설봉 기자공개 2021-03-29 07:32:5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의 2021년 정기주주총회가 큰 잡음 없이 치러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원안에 찬성표 행사를 권고한 게 결정적 이유다.

ISS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4연임은 물론 그와 협력할 사외이사들의 재선임 및 신규선임 안에 대해 모두 찬성표를 권고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사내·외이사 선임에는 반대표 행사를 권고한 것과 정반대 행보여서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하나금융지주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사옥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하나지주 이사회는 김 회장의 4연임을 비롯해 권숙교 고려대 교수, 박동문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 등 사외이사 2명 신규선임안을 상정해 놓았다. 또 박원구,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백태승 등 기존 사외이사 6명 연임을 추천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하나금융 주총이 예년과 달리 큰 잡음 없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의 4연임 추진이 논란을 살 만한 이슈였지만 과거 3연임에 극렬히 반대했던 당국에서도 특별히 다른 의견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재선임 및 신규선임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견이 제기되지 않았다.

주주들의 표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ISS가 김 회장의 4연임에 대해 찬성표 행사를 권고한 만큼 외국인(기관 및 개인) 주주들의 표심도 '찬성' 쪽으로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지주는 지분 67% 이상을 외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ISS는 김 회장 연임 찬성 이유를 한국 4대 금융지주에 대한 ‘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알렸다. 여기에 “(김 회장은) 알려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담았다. 또 ISS는 하나지주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재선임 및 신규선임에 대해서도 원안 동의를 권고했다.

ISS의 의결권 권고는 글로벌 투자자 및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국인 주주들은 CEO선임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통상 의결권자문기구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ISS는 세계 최대 규모 의결권자문사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ISS의 이번 하나지주 주총에 대한 의결권 권고는 신한지주 및 우리지주에 대한 권고와 정반대 행보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주요 금융사 CEO 및 사내·외이사 선임에 있어 ISS가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 바로 사법리스크이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ISS가 신한·우리지주 이사회의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유도 각종 사법리스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SS는 신한지주 보고서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추천된 신한은행장인 진옥동 행장을 비롯해 임기 만료를 앞둔 6명의 사외이사의 연임 및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 선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 우리지주의 사내·외 이사들의 연임 안건에 대해서도 5명의 사외이사 연임을 비롯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진 행장에 대해선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통보받은 점에 우려를 표했다. 또 진 행장이 지난해 채용비리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은 조용병 회장에 대해 연임을 허용했다는 논리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ISS는 2020년 조 회장 3연임 당시 '안건 반대' 권고를 펼친 바 있다.

ISS는 신한지주 주주총회 의안 분석에서 “지난해 조 회장의 유죄 판결에도 사외이사들이 조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지 못했다”며 “당시 진 행장의 무반응은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 대한 중대한 실패”라고 지적했다.

우리지주 주주총회 의안 분석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엿보인다. ISS는 “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리감독의 중대한 실패가 나타났다”며 “금융당국의 손태승 회장에 대한 잇단 제재에도 손 회장의 이사직 해임에 실패했을 뿐더러 이사회는 그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ISS는 우리지주의 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DLF) 사태와 연이어 터진 라임펀드에 대한 감독 부재 문제도 꼬집었다. ISS는 보고서에 “현재 손 회장에 대한 라임펀드 제재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적시했다.

반면 김 회장은 이러한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다. 그는 최근 금융권 CEO들을 괴롭히고 있는 DLF 및 라임펀드 부실 사태 및 채용비리 등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오히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안팎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한 ISS의 긍정 평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3월 하나지주 주총을 앞둔 시점에 ISS는 김 회장의 3연임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당시 김 회장은 국정농단 등 여러 논란으로 당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두 '혐의 없음' 판결을 받으며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상태였다.

ISS의 찬성 권고에 힘입은 김 회장은 당시 하나지주 지분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 주주들이 표심을 사로잡으며 3연임에 성공했다.

재계 관계자는 “ISS는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회사 및 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데 다양하게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의결권을 권고한다”며 “최근 몇 년 사례를 종합해 보면 국내 기업 및 경영자들에 대한 평가에서도 가장 최우선에 등장하는 것은 사법리스크 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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