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新경영전략 점검]'우등생' 하나캐피탈, 구독경제로 진화 채비기업금융 딛고 고성장, 올해는 '관리모드'…자동차금융, 친환경 중심 탈바꿈
류정현 기자공개 2021-04-02 08:04:16
[편집자주]
자동차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캐피탈사들이 기업·투자금융 등 분야를 넘보고 있다. 기대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진입장벽이 낮고 수익성이 높지만 리스크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심사 역량 없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새로운 수익처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캐피탈사들의 경영전략에 위협요인은 무엇일지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1일 13: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캐피탈이 기업금융에 나선 시기는 경쟁사 대비 빠른 편에 속한다. 윤규선 대표 취임 직후인 2018년부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기업금융 볼륨을 늘려갔다.덕분에 최근 들어 캐피탈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캡티브(captive)사인 현대캐피탈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냈다. 금융지주계열 가운데에서는 가장 양호한 실적이다.
다만 하나캐피탈은 올 들어 기업금융 취급을 성급하게 늘리기보다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속도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구독경제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자동차금융 일변도, 윤규선 대표 취임 후 변화
하나캐피탈의 모체는 ‘코오롱신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오롱신판은 1987년 설립된 곳으로 1993년 코오롱파이낸스, 1995년 코오롱할부금융 등으로 이름을 바꿔왔다. 1996년 할부금융업을 등록하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고 2001년 코오롱캐피탈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 더 사명을 변경했다.
하나캐피탈로 재탄생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2004년 8월 하나금융그룹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코오롱캐피탈 지분을 인수했다. 하나은행이 나서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캐피탈 보유 지분 14.9%를 매입했다. 이듬해 지분율을 34.8%까지 끌어올렸고 이때 하나캐피탈로 이름을 바꿨다. 하나캐피탈은 이후 2018년 하나금융그룹으로 완전히 편입됐다.
하나캐피탈이 자동차금융에서 강점을 지닌 것도 전신인 코오롱캐피탈 시절부터 해당 사업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1996년 할부금융업을 시작한 코오롱캐피탈은 자동차할부금융에 특히 집중했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코오롱캐피탈 시절부터 주요 자산은 자동차금융 자산이었다”며 “이에 따라 인력 구성이나 조직 구조 자체가 자동차금융을 기본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캐피탈에서 하나캐피탈로 전환된 이후에도 자동차금융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자산에서 자동차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자동차금융 확대 추이는 2017년 정점을 찍었다. 그 해 말 기준 자동차금융 비중이 약 61%에 달했다. 2011년 12월 말 기준 1조1794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에서 48%대를 차지했던 자동차금융 비중이 6년 동안 꾸준히 늘어난 결과였다.
하지만 2018년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자동차금융 자산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기업금융과 유가증권 자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8년 결산 기준으로 하나캐피탈의 자동차금융 자산 비중은 전체 영업자산에서 57% 정도까지 줄었다. 2017년 대비 약 4%p 감소한 수치다.
앞으로도 자동차금융이 하나캐피탈 경영 전반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내부적으로 자동차금융 시장이 향후 비우호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대응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올해 초 자동차금융 관련 조직도 몸집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벌였다. 기존 오토채널 2개 본부를 하나로 통합했다. 기관영업팀과 카렌탈센터 등 분산돼있던 오토영업조직도 법인영업팀 하나로 줄였다.
◇기업금융 집중도 높이기, 자동차부문 '친환경 중심' 변화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인해 발생한 자동차금융의 빈 자리는 기업금융 자산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영업자산에서 기업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7% 가량이다. 2017년 말 기준 16%에 그쳤던 기업금융 자산 비중이 꾸준히 늘어 3년여 만에 10%포인트 증가했다.
기업금융 자산의 세부 내역을 보면 일반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통 캐피탈사들이 안정적인 상환구조, 짧은 회수 기간 등의 이유로 부동산PF를 주로 취급하는 것과 대비된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주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삼는데 하나캐피탈의 네트워크가 법인대출에 쏠려있었다”며 “덕분에 과거부터 법인대출을 취급 기회가 비교적 많았다”고 말헀다.
기업금융 성장과 함께 덩치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는 자산총계가 10조868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2019년 같은 기간 8조2085억원 보다 32% 늘었다.
수익성도 기업금융 확대 이후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금융 자산 비중이 늘기 시작한 2018년 개별기준 순이익은 1204억원이다. 전년 동기 순이익 904억원과 비교해볼 때 약 33% 증가한 수준이다. 2019년 순이익은 1081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1731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올해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금융 확대도 당분간 속도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금융 부문은 ESG경영에 초점을 맞춰 변화를 주기로 했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도 ESG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 등을 반영했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세운 기업금융 자산 비중 가이드라인이 있고 현재 어느 정도의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고 보고 있어 당분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금융과 구독경제 시장 공략을 위한 '할부렌탈플랫폼'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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