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날핀테크, 스위스 '크립토밸리'에 걸친 지배구조 [코인사업자 리포트]②ICO 규제 우회, 결제서비스 운영 위한 단순명료한 체계
원충희 기자공개 2021-06-29 07:00:48
[편집자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국내에서도 코인 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당국이 가상자산 공개(ICO)를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함에 따라 해외를 통한 우회상장이나 거래소 공개(IEO) 등을 통해 일명 '잡코인'이 대거 거래소에 입성,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더벨은 차별화를 추구하는 국내 코인사업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1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스위스 추크(Zug)에는 크립토밸리(Crypto Valley)가 있다."스위스 추크지역은 일찌감치 가상자산 허브를 추구하며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2013년 비트코인 스위스가 설립되고 2014년 이더리움 재단이 입주하는 등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다날핀테크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페이코인'의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 AG(PayProtocol AG)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한국과 스위스에 걸쳐있는 다날의 가상자산 계열사 지배구조는 국내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타 업체들보다 훨씬 심플한 구조를 갖췄다. 국내 대표 결제용 코인사업을 지향하는 만큼 복잡다단한 지배구조를 피하고 단순 명료한 체계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날핀테크, 세계 블록체인 중심지 '추크'에 입성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불법과 합법 사이 회색지대(Gray zone)로 꼽힌다. 정부는 국내 ICO(가상자산 공개)를 유사수신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으나 해외를 통해 유입되는 코인에 대해선 별다른 제약을 하지 않는다. 이런 탓에 국내 업체들은 블록체인 규제가 덜한 외국에 법인을 세우고 코인을 발행, 국내 거래소에 상장(IEO)하는 형태로 우회했다.
코인사업자들이 해외 발행사와 국내 운영사, 이원화된 형태로 가상자산 사업으로 영위하는 이유다. 발행사 소재지는 주로 싱가포르와 스위스, 케이맨제도 등이다. 이 가운데 스위스 추크는 2018년 핀마(FINMA)라 불리는 세계 최초 ICO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 곳이다.
추크는 인구 3만명의 작은 마을임에도 현재는 이더리움 재단, 리브라 등 300여개가 넘는 블록체인 관련 회사들이 입주해있다. 심지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신분증(e-ID)을 활용한 투표시스템 실험에 나서는 등 이 기술을 행정적으로 쓰는 방안도 추진할 만큼 적극적이다.
페이코인의 발행사 페이프로토콜 AG도 지난해 4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핀마의 통제를 받는 스위스의 블록체인 자율규제기관 VQF-SRO에 등록을 완료했다. SRO 등록을 하려면 블록체인 기술과 사업성, 자금세탁방지(AML)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회사명을 페이코인에서 다날핀테크로 변경한 것도 이때쯤이다.
해외로 우회하는 사업구조로 인해 코인사업자들의 지배구조는 복잡한 형태로 짜여졌다. 일부 업체는 코인 관련 계열사가 3~4개 국가에 걸쳐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보니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코인 발행주체가 책임소재를 묻기 어려운 해외법인이라 번잡한 소유구조는 투자자 보호에도 걸림돌이 된다.
◇발행사·운영사 소유구조 명확화로 투명성 제고
그런 면에서 다날의 가상자산 계열사 지배구조는 상당한 심플하다. 모회사 다날이 발행사 페이프로토콜 AG를 100%, 국내 운영사 다날핀테크를 58.9% 보유한다. 발행사와 운영사가 모자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편제돼 있다. 여기저기 얽히고설키지 않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깔끔한 지배구조를 가졌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복잡다단한 소유구조는 기업의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며 "심플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지배구조는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적구성에서도 두 회사는 연결고리가 뚜렷하다. 페이프로토콜의 프로젝트 팀 멤버들은 국내·외 결제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인원들로 구성돼 있다. 조진곤(Anthony Cho) 다날 신성장사업 총괄이 페이프로토콜의 최고경영자(CEO)를, 류익선(Eddy Ryu) 경영총괄이 최고기술책임자(CTO), 황용택(Ted Hwang) 다날핀테크 대표가 비즈니스총괄(CBO)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황 대표와 류 총괄은 다날핀테크의 등기이사도 겸직 중이다. 류 총괄의 경우 모회사 다날의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인물이다. 다날핀테크, 페이프로토콜의 주요 키맨 모두 다날 임원들로 구성돼 있어 책임소재와 모회사와의 관계가 명확하다.
다날이 이런 식의 소유구조를 갖추게 된 주요 배경은 페이코인이 결제용 가상자산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결제서비스업체 다날은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코인 서비스를 통해 기존 결제시장이 가진 높은 수수료, 느린 정산 주기 등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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