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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품는 중흥, '인적' 운영리스크 해법은 중흥토건 대비 맨파워 11배…구조조정보다 노하우 흡수에 무게

고진영 기자공개 2021-07-08 13:27:53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6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M&A에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대우건설 주인으로 낙점된 중흥건설 역시 마찬가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인수금융을 감당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되지만 문제는 해외사업에 대한 노하우 부족, 갑자기 비대해진 몸집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 여부다.

핵심은 인력으로 압축된다. 중흥그룹 전체로 따져도 두 회사의 직원수는 4배 가까이 차이가 있다. PMI(인수 후 통합)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동반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형사 DNA를 그대로 가져가려면 섣부른 맨파워 축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흥그룹 임직원 수는 모든 계열사를 합쳐 총 1536명으로 계산된다. 이중 대우건설 인수주체로 유력시되는 중흥토건이 478명,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중흥건설이 234명을 고용 중이다.

대우건설 임직원 수가 올 1분기 말에 정규직 3712명, 기간제 근로자 1669명 등 총 5417명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리앗과 다윗이라 봐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중흥토건만 빼서 비교했을 때 대우건설이 11배 이상 덩치가 크다.

일각에서 토목, 플랜트 쪽 인력을 대거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달래기' 차원에서 인력 감축 계획을 부인하겠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결국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인수자금을 회수하려면 업황이 좋지 않은 토목이나 플랜트 쪽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냐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또는 오히려 사업영역이 겹치는 주택사업 인력을 줄이는 선택지도 제기된다. 현재 대우건설 직원은 절반에 가까운 2407명(44%)이 주택건축사업본부에 몰려 있다.


그러나 기존 인력에 굳이 칼을 댈 이유가 없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이미 대우건설이 산업은행 아래서 여러 차례 조직 슬림화를 거쳐온 데다, 그간 긴축 경영과 임금 동결에 따른 인력 유출이 이슈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중흥 측의 인수에 대한 반발로 빠져나갈 임직원들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이런 형국에 인위적 구조조정은 오히려 경쟁력 하락을 가져올 악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중흥은 이전부터 해외사업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왔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작년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에 경험이 없는 중흥 측으로서는 기존 인력의 노하우 유지와 내재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흥의 인수 결정에는 대우건설의 고급인력과 조직력 확보를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라며 "2조원이 넘는 돈을 주고 대우건설을 사서 대뜸 사업 축소부터 시도한다면 전략적으로도 모순이 있다"고 분석했다. 성공적 M&A의 핵심요소 중 하나가 빠른 PMI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인력 감축으로 임직원과 마찰을 낳는 상황을 만들 공산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경영 환경 차원에서는 중흥그룹 고유 문화를 심기 보다는 대우건설 별도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쪽에 무게룰 둘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자산과 실적 규모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 문화에서 차이가 크다.

중흥은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창선 회장이 계열사 사업 전반에 걸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우건설에 이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체계화된 경영체제를 흡수해 중흥토건과 투트랙으로 경영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재무적 측면에서 봐도 중흥그룹이 인력 다이어트를 감행해야할 만큼 자금사정에 부담이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토해낸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4조2000억원을 풋백옵션(주식매도선택권)으로 끌어온 점이 독이 됐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흥 측은 인수금융을 통해 1조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율을 3%대로 가정하면 무리가 가는 수준은 아니다. 또 이 차입금은 내년까지 유입될 현금으로 갚을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자금을 끌어오지 않고 인수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부 핵심 경영진 자리에 중흥 쪽 인사를 심거나 교체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임원 등의 인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기존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해외사업, 국내 정비사업 등에서 기회를 확대하려고 노력해야할 시점인데 인력을 줄이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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