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13일 07: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존감과 자긍심은 이미 오래전 사라졌고, 금융산업은 발전하는데 오히려 퇴보하는 조직이 금감원이다.” 한 금융감독원 임원의 말이다.감사원의 성과감사 결과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금융감독원을 개혁하겠다고 난리다. 비난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수위가 높다. 그동안 금융사를 향하던 사모펀드 부실 사태 책임론도 금감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업자득이란 말도 들린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관리·검사를 게을리 해놓고 금융사 탓만 하다 역풍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도 있다. “그동안 내부에서 곪았던 각종 문제들이 이번 감사 결과 외부로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금감원이 억울할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사실 금감원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기관이다. 금융위원회에 예산과 인력이 예속돼 있고, 금융감독 정책 및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할 수 없다.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세우면 금감원은 그에 맞춰 단순히 감독집행을 수행한다.
또 정권 교체와 개각 때마다 바뀌는 금감원장의 성향에 맞춰 조직의 최대 현안이 새로 만들어지고 폐기되기를 반복한다. “원장의 성향과 가치관, 금융시장에 대한 견해에 따라 금융사들은 알아서 상품판매 리스트도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에 마냥 웃을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감독 기능을 수행이나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솟는다. 금감원 검사를 받는 금융사들이 과연 검사의 과정과 결과를 신뢰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불편한 분석과 비판은 왜 만들어졌을까. 한 금감원 직원은 “지금의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전담하는 일종의 대행사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데다, 원장도 외풍이 심한 조직”이라는 자조로 그 설명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로부터 독립해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금융감독 정책을 펼치는 것이 금감원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라며 "금융위에선 금융산업 정책을 만드는 '엑셀' 역할을 하고, 금감원은 적절한 개입으로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일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감원 스스로 금융시장에 개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감독정책을 수립하고 예산과 인력을 자율적으로 투입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금융감독체계가 아닐까. 권한과 책임을 주고 의무를 다하라고 하는 것이 금감원 개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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