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한국운용, '사모펀드 책임' 금융지주 이사진 반대진옥동 신한은행장 포함 8명 이사·감사 후보 선임 반대…하나지주·NH증권도 도마 위
이돈섭 기자공개 2021-07-20 13:11:20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5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사모펀드 사고와 얽혀있는 금융회사에 무더기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NH투자증권 등이 그 대상이다. 한국운용은 이들 회사가 사고를 막지 못해 주주권익을 침해했다며, 관련 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한국운용이 최근 홈페이지에 공시한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4월초부터 올해 3월말까지 총 126개 투자기업 833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의결권은 크게 찬성과 반대 등 두 가지 방법으로 행사했는데, 찬성은 769개, 반대는 64개로 반대율 7.7%를 기록했다.
반대 의결권 내용을 구체적 안건 내용별로 살펴보면,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 안건이 33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관 변경이 11개, 이사보수 한도 승인 7개, 재무제표 승인 안건 5개, 임원 퇴직금 규정 변경 안건과 주식매수청구권 승인 안건이 각각 4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 투자기업 중 가장 많은 반대표를 받은 곳은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였다. 두 금융지주사는 올해 3월 정기주총에 각각 16개 안건을 올렸는데, 한국운용은 각각의 지주사 16개 안건 중 9개 안건씩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안건 절반 이상에 반대표를 던진 것.
신한지주의 경우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기타비상무이사 2년 재선임 안건을 포함해 박안순·변양호·성재호·이윤재·최경록·허용학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성재호·이윤재 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 등이 반대에 부딪혔다. 한국운용은 이들 후보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봤다.
후보들이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을 당시 신한지주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펀드 사고로 홍역을 치렀다. 사모펀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해 주주권익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후보들은 모두 2017~2019년 사이 선임돼 사고 당시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운용은 NH투자증권 전홍열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과거 이사 재임기간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물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금융감독원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원금 반환 결정을 수용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올해 3월 주총에 16개 안건을 올렸는데 이중 9개 안건이 반대에 직면했다. 한국운용 반대를 받은 안건은 박원구·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과 김정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백태승·이정원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 등이다.
한국운용은 이들 후보 선임 반대 이유로 주주가치 훼손 경력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역시 일련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과 사고 당시 은행장에게 중징계 수준의 경고 내용을 통보한 상태다.
한국운용의 금융회사 이사 선임 관련 연이은 반대는 여타 운용사와는 다른 행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올린 정기주총 안건 대부분에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운용이 거래관계 이력을 들어 권숙교 사외이사 신규 선임에 반대했을 뿐이다.
한국운용은 2017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2019년 내부 상설 위원회를 꾸려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에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리스크관리 담당, 컴플라이언스 담당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정상진 주식운용본부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운용은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1년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한편, 포스코·오리온·한화솔루션 등 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세부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내부 기준에 비춰봤을 때 결격 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도 확대를 위해 정관 일부를 변경하려는 한미약품, 나무가, KSS해운 등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오리온에 대해서는 회사가 제시한 배당성향 11.1%가 동종업계 평균 27.4%에 비춰 과소하다고 판단해 반대하기도 했다.
13일 현재 한국운용의 AUM(순자산총액+평가액)은 62조3683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해 7조4757억원 증가했다. 주식형 펀드 AUM이 21조7955억원(34.9%)으로 가장 크고 채권형 펀드 AUM이 19조6165억원(31.5%)로 두 번째로 크다. 지난해 순이익은 354억원으로 전년대비 12.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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