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분리막 시장, 앞서가는 SK vs 추격하는 LG LG화학, 도레이와 합작법인 설립...6년만에 재진출
조은아 기자공개 2021-07-21 07:54:07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9일 08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2004년 국내 최초로 2차전지용 분리막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기업들의 견제 등 난항을 겪었지만 꾸준히 사업을 확대한 결과 현재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1위까지 올랐다. 반면 LG화학은 철수했던 사업에 다시 진출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는 모양새다.분리막은 배터리의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로 생산원가의 15%를 차지한다.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막아 발열·화재 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
분리막 시장은 SK그룹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는 2004년 12월 세계 세 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분리막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분리막 국산화 시대를 열었다. 2005년에는 청주공장을 준공해 상업가동을 시작했고 2014년 말 생산량 기준 세계 2위로 올라섰다.
SK그룹에게 분리막 사업은 애착이 매우 큰 사업이다. 지금의 시장 지위를 획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일본 토넨(현 도레이)과 아사히카세이가 80%에 가까운 점유율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만큼 국내 기업들이 도전하기에 무모한 시장으로도 여겨졌다. 시장 진출 직후부터 미국 셀가드(현재는 아사히카세이에 인수)와 일본 도레이 등이 특허침해소송을 내는 등 끊임없는 견제구를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꾸준히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렸고 2019년에는 물적분할을 통해 현재의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향후 5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분리막은 크게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2020년 말 기준 건식 분리막이 전체 시장의 33.8%, 습식 분리막이 66.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건식 분리막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습식 분리막 수요는 연평균 9.9%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분리막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도 배터리의 소형화, 경량화, 고용량화 경향에 맞춰 습식 분리막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나 IT기기에 탑재되는 배터리에 사용되는 건 습식 분리막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1위를 차지했으며 뒤를 이어 일본 아사히카세이가 23.7%로 2위, 일본 도레이가 23.6%로 근소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분리막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LG화학도 한때 분리막 시장에 공을 들인 적이 있다. 현재 LG화학이 도레이와 공동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분리막 코팅 기술(SRS)의 경우 개발에만 5년이 걸렸고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상용생산 준비에 들어가기까지 7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LG화학도 자사 2차전지에 들어가는 분리막을 일부 양산해 자체 소비했지만 양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2015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구매해 쓰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해 설비를 일본 도레이에 3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만 해도 LG화학에서 분리막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배터리소재 시장의 성장성이 워낙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분리막이 안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직접 생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는 화재 사건이 없었다는 점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생산한 분리막이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LG화학이 일본 도레이와 합작사 설립을 통한 분리막 시장 재진출을 준비하는 이유는 분리막 사업이 대규모 장치산업인 동시에 고도의 공정 제어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시점에서 양산까지 약 18~36개월의 기간이 걸려 수요 증가에 빠른 대응도 하기 어렵다. LG화학으로선 이미 생산 노하우를 갖춘 기업과 손을 잡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LG화학은 도레이와 끈끈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두 회사는 SRS 공동특허도 보유하고 있으며 여러 건의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함께 대응에 나섰다. 이번에 추진 중인 합작법인 공장의 위치는 유럽이 유력하며 현재 설립을 위한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LG전자의 배터리 분리막 사업도 이관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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