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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헤지펀드 시장에도 'ESG 바람' 분다 [인사이드 헤지펀드]DS운용·키웨스트 등 펀드 간판 전면…SRI 다른 콘셉트, 절대수익 추구에도 적합

양정우 기자공개 2021-08-17 07:10:5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시장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불고 있다. 수익 극대화에 '올인'하는 헤지펀드업계도 투자 전략에 ESG 콘셉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12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DS자산운용과 키웨스트글로벌자산운용 등 주요 사모운용사가 ESG를 간판에 내건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향후 이들 운용사가 ESG 라인업에 힘을 싣는 건 물론 ESG 전용 펀드를 내놓는 하우스가 늘어날 전망이다.

토종 헤지펀드 시장에 ESG 펀드(증권사 PBS 계약 펀드 기준)를 처음으로 시도한 건 DS운용이다. '디에스 Beyond. Growth ESG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을 35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공모형 ESG펀드와 달리 벤치마크를 쫓아야 하는 운용상 한계가 없다. 헤지펀드 하우스답게 ESG 투자처에만 롱 포지션을 취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이 펀드는 기업의 ESG 뉴스에 따른 재무적·비재무적 여파를 유니버스 구성에 적극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ESG 투자에 대한 역사가 깊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ESG 뉴스가 기업의 주식, 채권 등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실증 데이터가 풍부하다. DS운용은 ESG 뉴스로 리스크를 책정하는 지속가능발전소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엔 키웨스트운용이 '키웨스트-시너지 ESG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를 260억원 규모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 펀드는 ESG 투자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첫 스타트를 한 프로젝트펀드다. 친환경 밸류체인을 갖춘 에코프로그룹의 핵심인 에코프로의 전환사채(CB)에 투자를 벌였다. 에코프로비엠(2차전지 소재), 에코프로에이치엔(환경 솔루션), 에코프로씨엔지(폐배터리 재활용) 등이 그룹의 대표 계열이다.

WM업계 관계자는 "키웨스트운용은 향후 ESG펀드 라인업을 운용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삼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첫 ESG펀드는 단일 투자처를 특정한 프로젝트펀드였으나 앞으로 블라인드 스타일의 헤지펀드도 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브레인자산운용은 '브레인 바른 성장기업 메자닌 재간접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을 23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 전략에 ESG 요소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ESG 펀드는 아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로서 운용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고자 펀드명에 '바른'을 명시했다.

아예 ESG를 하우스의 색깔로 내세운 운용사도 나오고 있다.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설립한 라이프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행동주의 ESG라는 색다른 콘셉트로 '라이프 한국기업ESG향상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설정했다. 첫 펀드이지만 605억원의 투자금을 모으면서 이 의장이 이름값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가 ESG 펀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큰 손' 연기금의 행보 때문이다. 뭉칫돈을 거머쥔 이들 연기금이 ESG 철학을 실무에 반영하면서 사모운용사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사모펀드의 고객이라면 고액자산가를 떠올리기 쉽지만 기관 투자자 역시 핵심 자금줄이다.

ESG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도 헤지펀드 하우스가 전향적 검토를 벌이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과거 SRI(사회책임투자) 콘셉트가 희생을 강요한 것과 달리 ESG는 투자자가 수익을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순히 투자자의 착한 투자에 기댄 전략이었다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조성이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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