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신평사 예의주시 [Rating Watch]고위험 익스포저 1조, 셀다운 '시계제로'…호실적이 신용도 방어
이지혜 기자공개 2021-08-20 07:57:2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의 해외 대체투자를 놓고 신용평가사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세우고 우발부채 규모를 대폭 줄였다. 그러나 해외 대체투자 관련 셀다운 작업이 사실상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며 자산건전성이 저하됐다.그러나 단기적 신용도 하향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메리츠증권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하면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선제적으로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부실 가능성을 인식한 영향도 있다.
◇고위험 익스포저 최대, 자산건전성 흔들
1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해외 대체투자 자산 중 고위험 익스포저 규모가 가장 큰 대형 증권사로 메리츠증권이 지목됐다. 메리츠증권의 고위험 익스포저는 모두 1조원 규모다. 해외 대체투자 자산(3조2000억원)의 30%가량이 고위험 익스포저인 셈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고위험 익스포저 자산은 석탄 관련 분야에 쏠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석탄 관련 자산은 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기조가 강화하고 있어 셀다운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4월 이후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셀다운하지 못해 고위험 익스포저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이라며 “자본활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건전성도 나빠졌다. 1분기 말 기준으로 메리츠증권이 보유한 고정이하자산은 모두 6059억원에 이른다. 올 1분기 요주의로 분류됐던 해외 부동산 투자건(1508억원)이 고정이하자산에 들어간 영향이 컸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지난해 말 3.5%에서 4.3%로 높아졌다. 2020년 말 기준 업계평균이 1.3%인 점을 고려하면 크게 높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메리츠증권이 국내외 대체투자 관련 익스포저를 줄였으나 자산건전성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전체 우발부채와 대출금 중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커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분기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밝히고 우발부채를 줄이고자 안간힘을 써왔다. 그 결과 2019년 말 8조5328억원이었던 우발부채 규모가 올 1분기 말 3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또 우발부채/자기자본도 214.2%에서 82.5%로 줄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지난 해 말 기준 업계 평균 우발부채/자기자본은 61.3%로 메리츠증권과 괴리가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전체 우발부채와 대출금 중 메리츠증권의 해외 대체투자 비중은 30%가 넘는다. 또 1분기 말 기준 전체 요주의이하자산의 80% 이상이 해외 대체투자로 구성됐다. 해외 대체투자는 상대적으로 위험성과 정보의 불투명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호실적이 ‘힘’, 신용도 방어
비록 자산건전성은 저하됐지만 메리츠증권의 자본적정성은 좋아졌다.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손자본비율이 2021년 1분기 말 210.6%를 기록해 업계 평균을 웃돈다. 2019년부터 신종자본증권을 꾸준히 발행하고 지난해 2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진행한 데다 호실적을 이어간 덕분이다. AA- 신용도를 방어하는 이유다.
메리츠증권은 올 상반기 모두 402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56% 늘어났다. 2020년에도 순이익이 2019년보다 2% 증가했는데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 사업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워낙 실적이 좋아 해외 대체투자 부실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 대체투자에서 부실이 또 발생하더라도 지난해보다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 부실로 1662억원을 인식했다.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 대비 부실인식 비율은 5.2%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미래에셋증권(3328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으며 비율로 따지면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뒤를 잇는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유럽의 호텔자산 리스크 등을 미리 인식하는 등 선제적으로 부실 가능성을 좀더 높게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의 해외 대체투자 자산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가치를 회복해 셀다운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해외 대체투자 감축?
메리츠증권이 우발부채 등 해외 대체투자 규모도 줄이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방침일 뿐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해외 대체투자 규모를 증권업계 평균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실사를 나가기 어려운 데다 셀다운에 어려움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메리츠증권뿐 아니라 대다수의 증권사가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완화해 셀다운이 원활히 이뤄지면 증권사가 다시 해외 대체투자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주요 기관 투자자도 자산 배분을 위해 대체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을 포함해 증권사 전반의 자기자본이 확대되면서 투자여력도 좋아졌다”며 “실적까지 개선된 데다 국내 부동산PF 관련 규제가 강화하고 있어 해외 대체투자로 눈을 돌릴 유인이 많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를 다른 증권사보다 빨리 시작했지만 디폴트가 난 적이 없다"며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으며 셀다운이 아닌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확보한 자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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