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 포트폴리오 시프트]주유소를 판 SK에너지와 산 현대오일뱅크②플랫폼 사업 확대 계획과 상충?…고유 파이낸셜 스토리 소통 필요성 제기
박기수 기자공개 2021-09-10 07:52:43
[편집자주]
그간 국내 정유업계의 고민은 정유업의 일관적이지 못한 수익성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유업체들의 선택은 정유업과 긴밀히 연계되는 석유화학업이었다. 정유사들은 진입장벽이 높은 올레핀계열 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전문 석유화학업체 못지 않은 사업 다양성을 지니기 시작했다. 이제 시장은 정유사가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이에 맞춘 새로운 답안지를 내놓길 요구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정유 4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현주소와 그에 따른 재무적 변동사항을 모니터링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8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가 직영 주유소 자산을 M&A 시장에 내놨다. 수도권에 위치해 경쟁력이 있었던 직영 주유소 자산을 놓고 국내 정유사들 대부분이 인수의향서를 써냈다. SK에너지 역시 인수전에 참여했고 같은 SK그룹 계열사이자 주유소 점유율 1위 기업이라는 이유로 SK에너지는 곧바로 '1순위 원매자'로 꼽혔다.다만 SK에너지는 높은 가격을 이유로 인수전에서 물러났다. 결국 SK네트웍스 주유소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맺은 현대오일뱅크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 딜 이후로 현대오일뱅크는 GS칼텍스를 제치고 국내 주유소 점유율 2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주유소 사업은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상징적인 자산이다. 특히 플랫폼 사업으로의 전환을 눈독들이고 있는 정유사들에게 주유소는 주력 오프라인 플랫폼이 돼줄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SK에너지의 인수전 철회를 두고 당시 업계는 의외라는 평가를 내렸다.
심지어 SK에너지는 최근 보유 중인 주유소 자산을 매각하기도 했다. 올해 6월 SK에너지는 서울 가양주유소 외 115곳의 주유소 건물과 토지, 구축물 등을 SK리츠의 100% 자회사인 '클린에너지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7638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매각한 주유소 부지를 임차해 쓰는 '리스백'을 택했다. 매각 당시 SK에너지는 배경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 투자 재원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 최근 들어 SK에너지의 재무부담이 심해진 것은 맞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 부채총계가 약 10조원으로 자본총계(3조6405억원)보다 2.7배가량 많다. 특히 작년 러시아-사우디간 유가 전쟁으로 1조60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것이 뼈아팠다. 과도한 부채비율 감축을 위해 영업 외적으로 자산유동화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에너지의 이 판단이 후회없는 결정이 될 것인지는 의문 부호다. SK에너지가 포트폴리오 시프트 방안 중 하나로 주유소 중심의 '플랫폼 사업'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SK에너지가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직영 주유소의 감소와 플랫폼 사업의 확대가 상충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로 주유소를 매입한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서초·영등포구 등 요지에 자리잡고 있는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를 기점으로 택배 배달 거점과 수소·전기차 충전소 등으로의 변신 등을 꾀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가 재무구조 개선 차원을 이유로 직영주유소 대부분을 매각했는데 이는 현대오일뱅크와 정반대의 길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SK에너지의 행보에 일각에서는 SK에너지만의 구체적인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요구한다. SK에너지는 신성장 동력으로 '친환경'과 '플랫폼'이라는 두 축을 내세우기는 했으나 SK이노베이션과 SK지오센트릭처럼 구체적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시장과 소통한 적은 아직 없다.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 등도 비교적 선명도가 흐릿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들 중에서 자산 규모가 제일 큰 곳이 SK에너지"라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변신을 예고하면서 SK에너지가 내세운 친환경 사업과 플랫폼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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