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결별한 엘러간, 예고된 시나리오였나 L/I 후 임상 지연·반환 사유 소명 없이 계약 종료…액상 제형 자체개발
최은수 기자공개 2021-09-10 07:35:48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14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빅파마 엘러간(현 애브비 계열사)이 메디톡스로부터 확보한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후보물질(MT-10109L) 권리를 반환했다. 업계에선 엘러간 측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던 중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메디톡스와 계약을 종료한 만큼 최초 계약부터 진정성이 낮았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엘러간은 2013년 9월 메디톡스로부터 MT-10109L 라이선스를 이전받았다. 엘러간이 개발권 및 글로벌 판권을 함께 갖는 구조로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계약금은 3억6200만달러였다.
계약 당시 액상 제형 개발 기술은 메디톡스가 보유한 원천 기술이었다. 시장에 유통되던 보툴리눔 톡신 제형은 전부 분말형인데 이 판을 깬 것도 메디톡스다. 회사는 2013년 말 엘러간에 넘긴 MT10109L과는 다른 액상 제형인 이노톡스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선 엘러간이 메디톡스의 기술력이 집약된 후보물질 권리를 확보한 뒤 빠르게 임상과 인·허가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엘러간은 미국 시장 80% 이상을 점유한 만큼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신 제형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엘러간은 MT-10109L을 인수한 이후 3년 넘게 임상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6년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2017년 상반기엔 이노톡스의 임상 3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임상 등록 작업은 2018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MT-10109L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동안 엘러간은 2018년 MT-10109L과 유사한 액상형 프리필드 실린지(Pre-filled Syringe) 제형을 자체 개발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후기 임상 돌입을 앞뒀다. 엘러간이 개발한 액상형 제제가 미 FDA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메디톡스에 별도의 로열티 지급 없이 액상형 제제 판매수익을 모두 엘러간이 가질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선 앞선 정황을 들어 처음부터 엘러간의 MT10109L의 개발 의지가 낮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 미국 시장에 먼저 안착하는 것을 지연시킬 필요도 있었다. 엘러간 측은 지난해 MT-10109L 개발과 관련한 첫 개발 마일스톤을 메디톡스에 지급했지만 이 역시 실제 개발 의지와는 무관했다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엘러간은 미국 현지 치과 및 성형 외과 의사 집단고소(반독점법 공정거래법 위반)를 당했고 2018년 엘러간은 원고 측에 총 1435만달러를 지급하고 합의했다"며 "작년 마일스톤 지급은 엘러간이 MT-10109L 임상 지연과 관련해 비슷한 소송에 재차 엮이는 것을 막는 면피성 계약이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메디톡스는 이번 계약 해지로 엘러간 측에서 지급을 예정했던 잔여 마일스톤(2억6200만 달러) 확보는 불가능해졌다. 엘러간은 해당 후보물질의 임상과 상업화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시장에서 액상형 제제를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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