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글로벌 네트워크 점검]SK온, '불안한 1위' 미국에서 추가 증설 나설까①LG에너지솔루션과 생산능력 '타이' 전망...물량 공세 이어갈지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1-11-04 07:39:24
[편집자주]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 배터리 분쟁·리콜 사태 등을 거치며 '골든 타임'에 성장통을 앓았던 배터리 업체들은 '뒤가 없는' 공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점하기 위해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합작이 주요 수단이다. 더벨은 일사불란하게 뻗어나가고 있는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7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에서만큼은 생산능력 1위였던 SK온(옛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스텔란티스'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의 합작법인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기 때문이다.SK온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후발주자이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SK온의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SK온은 2025년 모두 200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 가운데 150GWh가 미국 몫이다.
미국은 아직 규모로는 중국과 유럽에 이어 세 번째이지만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최대 격전지라는 상징성을 갖추고 있다. 연평균 40%에 이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 역시 중국과 유럽을 뛰어넘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직접 미국의 배터리 공장을 챙기고 있다. 앞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또다시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이번 미국 출장에서는 포드와 함께 배터리 공장이 들어서는 테네시주나 켄터키주를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9월 기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단번에 미국 생산능력 1위로 올라섰다. SK온은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한다.
블루오벌SK 배터리 공장은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지어진다. 테네시 공장은 43GWh, 켄터키 공장은 43GWh 2기로 모두 더하면 129GWh에 이른다. 앞서 5월 처음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을 당시 밝힌 생산능력은 60GWh였는데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조지아에서 단독으로 짓고 있는 공장 두 곳과 합하면 미국에서만 2025년까지 15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SK온은 1등의 기쁨을 오래 누리지는 못했다. 한 달 만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추가 생산능력 확보 소식을 전하며 거센 추격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세워 모두 4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기존 공장들을 더하면 모두 115GWh를 확보하면서 SK온과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추가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15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SK온과 같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2025년 미국에서 145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고 밝혔는데 최근 스텔란티스와 합작 소식을 전하며 목표를 5GWh 높였다.
업계의 관심은 SK온이 미국에서 추가 증설에 나설지에 쏠린다. 특히 배터리 시장의 경쟁 양상이 물량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증설 필요성이 높기도 하다.
이전까지 국내 배터리 3사의 생산시설 투자는 '선(先) 수주, 후(後) 증설'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면서 공장부터 짓는 곳이 늘고 있다. SK온의 헝가리 3공장도 마찬가지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선 수주가 의미가 없을 정도"라며 "배터리 회사들이 너도나도 증설 속도전에 나서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3공장과 4공장을 증설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앞서 4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직접 찾아 "3, 4공장이 지어진다면 6000여명 규모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하며 증설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발언 당시는 블루오벌SK의 설립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던 시기다. 내부에서 설립 논의가 오갔다 하더라도 생산능력을 60GWh로 잡고 있던 시기인 만큼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증설 의지와 여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SK온은 이미 블루오벌SK에 5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온은 물론 SK이노베이션을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데 여기에 추가 증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나 통상 전기차 배터리 10GWh를 확보하기 위해 1조원 안팎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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