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리스트럭처링 리뷰]물꼬 튼 아웃바운드 M&A, 확장 가능할까⑥1%도 안되는 해외 매출, 말레이 엡실론 인수로 확장 첫발
최필우 기자공개 2021-11-02 08:01:16
[편집자주]
구현모 KT 대표 숙원 사업인 그룹사 리스트럭처링 밑그림이 완성됐다. 취임 후 1년 반에 걸쳐 미디어, 커머스, 금융 등 분야별 수장을 정하고 굵직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여기에 사장급 부문장이 이끄는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을 신설해 사령탑을 세웠다. 이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를 앞두고 있다. 더벨은 KT 리스트럭처링 분야별 키맨과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9일 15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내수 기업이다. 국가 기간 사업으로 인식되는 통신업은 해외에서도 주요 사업자들이 내수 시장을 놓고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형태를 띈다. 태생적으로 국내 시장에 특화된 비즈니스를 하는 만큼 기업가치 평가에 있어서도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구현모 KT 대표는 그룹 리스트럭처링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데이터 기업 엡실론을 인수하면서 최초의 아웃바운드 M&A를 성사시켰다. 윤경림 KT 사장이 이끄는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주도해야하는 컨트롤타워다.
29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KT 국내 매출은 12조191억원이다. 이에 비해 해외 매출은 380억원에 그친다. 해외에서 올리는 수익 비중이 1%도 안되는 셈이다. 하반기에도 큰 변수가 없으면 연간 수익은 700억~8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전통적으로 해외 사업 존재감이 약하다. 황창규 전 KT 대표 회장 재임 시절에도 해외 비즈니스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황 전 회장 취임 첫해인 2014년 수익은 815억원이다. 이후 줄곧 비슷한 수준의 해외 매출이 유지되고 있다.
글로벌 매출이 미미한 만큼 해외 비유동자산도 규모가 작다. 비유동자산은 유형자산, 무형자산, 투자부동산, 사용권자산 등의 합계다. 올 상반기 말 기준 비유동자산은 252억원이다. 19조665억원에 달하는 국내 비유동자산과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황 전 회장 취임 첫해였던 2014년 2047억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향 추세다.

KT가 구 대표 체제에서 플랫폼 기업 전환을 선언한 이상 국내에 국한된 비즈니스 모델은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적 확장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전통 산업과 비교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 해외 사업이 당장 국내에 비견될 만한 규모를 갖추지 못하더라도 평가 기준에 반영할 수 있을 정도의 외형은 달성해야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
KT가 글로벌 사업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건 아니다. 황 전 회장은 2018년 연말 정기인사 때 글로벌사업추진실을 글로벌사업부문으로 격상했다. 해외 사업을 발굴하고 확장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초대 글로벌사업부문장으로 임명된 게 윤 사장이다. 하지만 윤 사장은 글로벌사업부문장 취임 2개월 만에 KT를 떠나 현대자동차로 이직했다. 글로벌사업부문은 야심차게 출범했으나 수장의 이탈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다른 사업 부문장이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되다가 기업부문에 통합됐다. 이 때문에 윤 사장 복귀 후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윤 사장은 다시 KT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로 복귀했다. 그가 이끄는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은 그룹의 M&A, 투자, IPO 사령탑이다. 현실적으로 KT가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길은 기존 해외 기업 M&A를 통한 밸류체인 확보 밖에 없다.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이 해외 시장 활로를 열어야 한다.
KT는 윤 사장 복귀 직전에 마무리한 엡실론 인수 딜로 물꼬를 텄다. 글로벌 데이터 기업 엡실론을 1700억원에 인수했고 앞으로 데이터 산업 밸류체인을 M&A를 통해 채워 넣는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인 글로벌 데이터 산업 인프라가 구축되고 법인 고객풀을 확보하면 KT의 클라우드, AI(인공지능),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 해외 진출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다만 국내 M&A 과제가 산적해 있어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예금보험공사가 매각하려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전에도 참여한 상태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외형은 크지만 해외 사업을 해 본 경험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인터넷망 사고 수습이나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 등 국내에도 산적한 과제가 많아 빠른 시일 내에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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