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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파-크릿벤처 글로벌 게임 펀드 결성기]정책자금 배제, 기획 2년만 800억 펀드 결성①순수 프라이빗 펀드, 투자 자율성 주목···컴투스·111% 국내 게임사 마중물 역할

이명관 기자공개 2021-11-04 07:21:00

[편집자주]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크릿벤처스가 합심해 대형 펀드를 결성했다. 2차에 걸친 멀티클로징을 통해서 결성 목표치를 채우는 성과를 올렸다. 주목할 점은 정책자금이 배제된 순수 민간자금 펀드라는 점이다. 이 펀드의 결성 히스토리와 의미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크릿벤처스와 손을 잡고 '글로벌 인터랙티브 콘텐츠' 펀드를 조성했다. 이번 펀드의 핵심은 순수한 민간자금으로 결성된 블라인드 펀드라는 점이다.

보통 대형 펀드를 결성하는데 정책자금 혹은 전통적인 LP인 연기금과 공제회가 대규모로 참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들이 앵커 역할을 하면 순조롭게 펀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반면 정책자금이 기반이 되면 자율성 측면에서 투자활동에 제약이 뒤따른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크릿벤처스의 이번 행보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2년 전 기획 한투파, 2015년 해외 게임투자 발판

글로벌 인터랙티브 콘텐츠 펀드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에서 게임분야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이어온 하우스다.

해외 투자에 나선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주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했다. 유망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다 높은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지만 다른 벤처캐피탈과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게임분야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해외 게임투자로 눈을 돌린 시기는 2015년이다. 첫 투자는 핀란드 게임업체 '시리어슬리(Seriously)'였다. 시리어슬리 투자로 유럽 지역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란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시리어슬리는 지난해 인수합병(M&A)로 멀티플 4배 수준에서 투자금 회수를 마쳤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시리어슬리를 계기로 후속 투자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그렇게 연결된 곳이 소셜카지노 업체 휴즈다. 당시 휴즈는 소셜카지노 게임 론칭을 준비하던 시기였는데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투자를 단행했다. 시리즈A 단계에 투자에 나선 이후 시리즈B를 거쳐 시리즈C 단계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팔로우온으로 추가로 투자했다. 이렇게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총 700만 달러(약 80억)를 투자했다.

결론적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베팅이 통했다. 상장 당시 휴즈의 기업가치는 11억달러에 달했다. 이후 일부 지분을 회수한 가운데 예상 멀티플은 20배 이른다. 현재 분위기 대로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수익률은 물론 처음으로 해외 게임투자에서 IPO 회수 실적을 쌓게된다.

이 같은 경험속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년전부터 콘텐츠 전문 펀드를 만드는 기획에 나섰다. 국내에는 대형 콘텐츠 전문 펀드가 사실상 없다시피 했는데, 해외 경험을 살린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펀드를 만들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해외에는 게임을 비롯해 인터랙티브 컨텐츠 전문 펀드들이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었다"며 "작게는 300억, 많게는 2000억원 정도까지 다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펀딩이었다. 국내와 해외를 넘다들며 자유롭게 투자활동을 하기 위해선 민간자금만으로 LP를 구성해야 했다. 해외 투자에 제약이 뒤따르는 연기금과 공제회의 자금을 배제해야 했다.

고심끝에 구상을 마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초부터 펀딩에 나섰다. '인터랙티브' 컨셉에 부합하는 LP 후보군을 선별하고 마케팅에 나섰다.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가 모두 필요했던 상황이었는데, 우선 게임사가 첫 번째 후보군으로 올랐다. 그렇게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이 컴투스다. 그렇게 컴투스와 논의가 시작됐다.

◇크릿벤처스 합류, 컴투스·111%도 동행 대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외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컴투스를 LP이자 전략적 투자자로 맞이하고자 했다. 이에 LP로 참여를 요청했고, 양사간의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

컴투스는 게임사이면서도 스타트업을 발굴에 투자하는데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곳이다. 특히 벤처 펀드에 LP로도 참여했던 이력도 상당했다. 컴투스가 LP로 참여한 벤처펀드만 6개에 이른다. △미래창조펀드 Sli Creative Mobile △스톤브릿지영프론티어 투자조합 △우리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조합 15호 △뮤렉스퍼플1호투자조합 △미래에셋 청년창업 투자조합 3호 △패스트 2020 Seed 투자조합 등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입장에서 보면 가장 탐나는 LP였던 셈이다. 그런데 때마침 컴투스가 직접 벤처캐피탈(VC) 설립에 나서면서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LP로의 참여에서 공동 운용(Co-GP)로 역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제안을 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크릿벤처스의 초대 수장은 게임 산업에 잔뼈가 굵은 송재준 대표였다. 송 대표는 20년간 모바일 게임 산업의 초기 단계부터 성숙기까지 이끌어 온 장본인인 만큼 신사업에 대한 통찰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컴투스가 지난해부터 성사한 M&A 딜 대부분은 사업전략총괄을 맡고 있는 송재준 대표의 손을 거쳤다.

이렇게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크릿벤처스는 한 배를 타게 됐다. 이 같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던 과정에서 또다른 국내 대표 게임사인 111%가 이 펀드에 출자하겠다고 나섰다. 111%와는 이번 펀드를 주도하고 있는 박상호 이사의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물론 친분으로만 수십억원을 출자한 것은 아니었다. 111%는 인터랙티브 펀드의 컨셉에 매력을 느꼈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렸다.

이후 111%의 출자에 후행해 컴투스가 1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컴투스가 이정도 규모의 자금을 출자한 것은 111%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마중물 역할을 해줄 앵커 출자자 세팅이 완료됐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소통해오던 하나금융투자 신탁부에서 105억원을 확정해줬다. 단번에 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모인 것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여느 펀드와 마찬가지로 초반에 마중물이 필요한데, 게임사와 하나금융투자의 참여로 펀딩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며 "사실 초반에는 게임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크릿벤처스는 순조롭게 1차 클로징을 마쳤다. 국내 다수의 게임사와 금융기관이 LP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총 391억원을 모았다. 이후 이를 기반으로 추가 펀딩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멀티클로징을 통해 펀드는 8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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