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리뉴얼]하나은행 '타이베이'까지, 10대 교역국 거점 다 갖췄다④OBU 라이선스 목표, 현지화 교두보…대만정부 인프라 정책, IB딜 '무궁무진'
김현정 기자공개 2021-11-23 07:33:59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단순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만난 '코로나19' 사태로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 시작됐다. 금융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언택트' 업무 정착에 주력했다. 올해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리뉴얼'에 힘을 쏟은 시기다. 글로벌 각지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1년 동안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국 속에서도 타이베이(대만) 지점을 개설하며 한국 상위 10대 교역국 모든 곳에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유일한 은행이 된다. 대만 진출 자체가 한국계 은행 중 최초기도 하다.대만은 하나은행에 블루오션이다. 현지에 나가있는 한국계 지상사 뿐 아니라 현지기업들, 대만기업과 거래를 하는 외국업체들까지 모두 고객화 하겠다는 포부다. 해외거래 확대를 위해 역외금융거래가 가능한 OBU(Offshore Banking Unit·역외업무은행) 비즈니스 라이선스까지 취득할 계획이다.
화물운송, 항공, 선박, 풍력, 인프라 관련 대만 내 IB 사업들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만 정부의 ‘미래기초건설 8개년 계획’에 따라 수많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들이 줄지어있다는 설명이다.
◇대만 최고 방역단계 속 개설인가 획득 ‘쾌거’
하나은행이 대만 현지에 개설위원을 파견해 타이베이 지점 설립을 준비한 건 2020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전작업을 진행하던 중 갑작스레 코로나19가 터졌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 개설업무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대만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이 제한되면서 현지 파견 직원이 대만 현지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 날들도 있었다.
김진석 지점장이 대만에 투입된 건 올 4월 말이었다. 김 지점장은 하나중국유한공사 심양분행 분행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대만이 아무래도 중화권에 있고 김 지점장이 중국어에 능통하다는 점에서 지점 인가를 마무리할 적임자로 낙점됐다. 지주에서 글로벌전략 팀장으로도 일했기 때문에 해외진출에 대한 식견이 넓기도 하다.
그가 입국했을 때에도 델타변이 확산으로 상황은 좋지 못했다. 당시 대만에는 코로나19 3단계 조치가 내려졌다. 대만의 3단계는 식당과 카페가 문을 닫고 포장 및 배달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웠지만 대만 금융감독위원회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6월 17일 3단계 방역기간 중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김 지점장은 지난달 13일 대만 경제부 설립등기까지 마치고 내년 초 지점 개설을 목표로 업무를 진행 중이다. 당장 20명 이내의 직원으로 문을 열 예정이고 현재 관련 인허가 절차 수행 및 단계별 필요 인력 채용 등을 진행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지점장은 “하나은행은 충분한 기간 준비한 사전작업을 통해 대만이 최고 방역단계 조치를 취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개설인가를 획득할 수 있었다”며 “타이베이지점을 성공적으로 개설하기 위해 IT업무 등 본점의 인력지원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출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계 지상사 수요 많아...'OBU 라이선스' 확보 목표
대만은 중국, 미국, 베트남, 일본 등에 이어 한국의 6번째로 큰 수출입 교역 대상이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들과 LG그룹 계열사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등이 대만 현지에 진출해있다.
하나은행은 그간 대만에 한국계 은행이 없었던 만큼 한국계 지상사들이나 교민들, 주재원 등 금융수요 중 상당 부분이 타이베이 지점으로 흡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만에 진출한 한국기업 및 교민들에게 차원 높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를 품고 상품들을 준비 중이다.
이제 시작을 앞둔 신생 지점이지만 현지화에 대한 포부도 남다르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대만의 OBU(Offshore Banking Unit)를 통한 해외거래 확대를 주목하고 있다.
대만 금융당국은 외국계은행 개설시 일반적인 외국환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DBU(Domestic Banking Unit·외국환지정거래은행)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이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역외금융업무 수행이 가능한 OBU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다.
OBU 라이선스로는 고객에게 ‘역외계좌’를 개설해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외화대출 관리 목적의 계좌 개설을 원하는 '대만기업'들과 대만과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기업'들을 모두 고객으로 포섭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김 지점장은 “대만에서 역외금융거래가 가능한 OBU영업은 필수기에 이에 대한 준비에도 들어갈 것”이라며 “대만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과 적극적인 신남향정책 그리고 해외자금 특별 유치법 시행 등을 통해 향후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외국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IB 시장 발전가능성 무궁무진, PF 적극 진출
하나은행은 향후 화물운송, 항공, 선박, 풍력, 인프라 관련 대만 내 IB 시장의 발전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현지 금융기관과 인연을 맺고 현지 IB시장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만은 현재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계획에 발맞춰 금융기관들이 공항터미널, 철도 등 공공인프라건설과 풍력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건설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하도록 독려 중이다.
대만 정부는 2017년 ‘미래기초건설 8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철도 건설, 디지털 인프라 확충, 재생에너지 확대 등 8대 과제를 선정했다. 해당 사업은 총 5100억 대만달러 규모의 예산 가운데 50%를 차지한다. 대만 정부는 해당 계획으로 매년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바라본다. 사업 시행에 적극적인 이유다.
김 지점장은 “현재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만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 내고 있다”며 “향후 화물운송, 항공, 인프라 관련 대만 내 IB 시장의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 네트워킹 확보와 마켓팅에 벌써 힘을 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대만의 지리적 특성에 주목, 무역금융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섬나라인 대만에서 무역은 국가 경제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대만의 무역 의존도(명목GDP 대비 수출입 비율)는 100%를 넘으며, 수출 의존도(명목GDP 대비 수출비율)도 50%를 상회한다. 대만 경제부 국제무역국은 2021년 대만의 교역액은 6508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무역금융을 통해 대외무역거래에 수반해 발생하는 모든 여신, 외국환, 신용장거래 등으로 이자 및 각종 수수료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지점장은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계 은행 최초로 대만에 진출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하나은행 타이베이 지점은 내년 초 영업개시 후 3년차에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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