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들이 세운 거래소, '증권사 DNA' 이식 [재도약 나선 코인거래소]① 한빗코, 거래소 중 처음으로 VIP서비스·LP제도 도입…금융권 벤치마킹
성상우 기자공개 2021-12-17 08:00:31
[편집자주]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에 위기가 찾아왔다. 은행과의 계좌연동 계약에 실패하면서 원화마켓을 닫고 '코인전용 거래소'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다. 더벨에서는 재도약을 꿈꾸는 중소 코인 거래소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09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빗코는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뒤를 잇는 후발주자군으로 꼽힌다. 업계 평판이나 거래소 규모 및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은행의 추가 실명계좌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최근까지도 은행권과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빗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증권가 DNA'가 이식된 가상자산거래소라는 점이다. 국내외 주요 증권사와 헤지펀드를 거친 증권맨 및 트레이더들이 주축이 돼 한빗코 운영사인 플루토스디에스를 설립했다. 현재 한빗코의 주요 경영진 면면을 보더라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보안책임자(CISO)를 제외한 C레벨 대부분이 주요 증권사 출신 인물이다.
초대 대표이사였던 김지한 전 대표와 안해균 현 공동대표가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거쳤다. 안 대표는 가상자산 트레이딩 및 투자 전문회사 '엘조비(ELJOVI) 스마트트레이드'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김성아 현 공동대표 역시 가상자산 업계에 발을 들이기 전 국내 헤지펀드에서 선물옵션 트레이더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준법감시인직에도 국내외 주요 증권사를 두루 거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증권맨들이 설립하고 그들이 주축이 돼 경영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기본적인 경영철학이나 운영 방식 및 서비스 측면에서도 증권가의 방식을 차용해오는 시도가 이뤄졌다. 이 시도는 현재 타 거래소들과 차별화되는 한빗코만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한빗코 정체성의 기본틀은 김지한 전 대표가 잡았다. 그의 증권사 경력은 한빗코의 초기 서비스로 이어졌다. VIP 영업에 집중하는 증권사들의 영업방식을 가상자산거래소에 차용했다.
출범 당시 VIP 투자자를 대상으로 긴급 주문·대량 주문·전담 매니저 배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VIP급 헤비 트레이더들에겐 일종의 블록딜 형태의 대량 주문과 긴급 주문이 포함된 서비스를 별도로 제공함으로써 고정 고객으로 붙잡았다. 전담 매니저 배정은 증권사 지점이 VIP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프리미엄 PB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서비스였다.
증권시장에서 거래가 뜸한 종목에 대해선 한국거래소가 호가공백을 메울 목적으로 활용하는 유동성 공급자(LP)를 맡긴다. 한빗코는 이같은 시스템도 처음 도입했다.
LP 계약을 맺은 VIP들에게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고 물량 공급을 의뢰했다. 기존 금융권 체제 내 자본시장에서 가격 안정자 역할을 하는 LP 제도가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제도로 한빗코는 국내 주요 거래소 중 가장 촘촘한 호가를 제공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보수적인 운영 기조를 정착시킨 것 역시 증권맨들로 이뤄진 경영진의 작품이다. 한빗코는 자체 원화마켓을 오픈하지 않은 흔치 않은 거래소다. 설립 이후 현재까지 코인마켓만 운영했다. 특금법 시행 이전에 업계 내 관행으로 허용됐던 '벌집 계좌' 운영으로 원화마켓을 여는 것엔 리스크가 있다고 봤다. 굵직한 메이저 코인들만 소량으로 상장시키는 등 단기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면서 상장 정책도 보수적으로 운영했다.
보안 정책 등 거래소 유지에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에도 전통 금융권에 준하는 수준으로 리소스를 쏟았다. 출범 초기부터 가장 엄격한 글로벌 보안 인증기준인 ISO/IEC 27001를 획득한 것과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자율규제 심사를 통과한 것이 그 성과다. 최근엔 자금세탁방지(AML)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빗코는 전통 금융권에 준하는 엄격한 운영 기준을 스스로 준수해오며 4년을 버텼다. 언젠가 이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될 때 높은 수준의 자율규제와 안정성, 투명성 등을 갖춘 곳이 부각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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