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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코스피 상장사]KR모터스, '1개월 리픽싱 CB' 탓 지배구조 턱끝 위협③51회차 발행 신주 4470만주 육박, 오세영 회장 지배력 과반 이하 희석도 가능

신상윤 기자공개 2022-03-07 07:56:10

[편집자주]

한국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맏형 '코스피(KOSPI)'는 명실상부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상장 절차와 달리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온실 속 화초와 같다. 대형 악재만 아니라면 만성 적자 기업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한 채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적자 기업들이 코스피라는 울창한 숲 안의 늪에 발목이 빠진 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더벨은 4년 이상 적자를 낸 코스피 상장사들의 현재와 미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2일 15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륜차 전문기업 'KR모터스' 지배구조가 기발행한 전환사채(CB)로 인해 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KR모터스 주가가 최근 내림세를 거듭하면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1개월 리픽싱(Refixing)' 조건 탓에 모기업과 오세영 회장 지배력을 위협하는 수준의 신주가 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35%까지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이 변수이지만 리픽싱도 액면가까지 가능해 오버행(대량 매물 출회) 우려도 제기된다.

◇ 51회차 CB 전환가 1332원→783원 조정, 발행 가능 신주 확대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가증권 상장사 KR모터스의 51회차 CB 전환가액은 매달 조정됐다. 2020년 12월 350억원 규모로 발행된 이 CB는 KR모터스가 채무 상환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시너지아이비투자(시너지 그린뉴딜 제1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발행한 사채다. 당시 KR모터스는 금융기관 차입금을 갚고, 전기 이륜차 개발과 관련한 신규 사업에 투자 등을 위해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KR모터스 주가가 51회차 CB 발행 후 내림세를 보이면서 전환가액이 지금까지 총 여섯 번 조정됐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한 번씩 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51회차 CB 발행 당시 1332원이었던 전환가액은 지난달 23일 783원으로 변경된 상황이다. CB 전환으로 발행할 수 있는 신주도 2627만여주에서 4470만주에 달할 정도로 70% 넘게 늘었다.

KR모터스는 51회차 CB를 발행했던 2020년을 전후해 경영난으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았다. 2012년을 시작으로 만성 적자로 현금흐름이 악화됐고, 필요한 자금은 빚을 내 마련하던 시기였다. 51회차 CB 발행 전에는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일반 주주 등에게서 260억원을 조달해 빚을 갚고 운영자금을 마련해야만 했다.

여기에 추가 차입금 상환 수요가 이어지자 CB 발행과 같은 메자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단 해석이다. 이와 관련 만성 적자인 KR모터스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1개월 리픽싱과 같은 불리한 조건을 감내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51회차 CB는 전환가액을 최저 액면가인 500원까지 조정할 수 있다. 아울러 주가가 내림세를 계속할 경우 발행할 수 있는 신주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오버행 리스크가 점차 대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1회차 CB의 보통주 전환 청구기간은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2024년 11월까지로 이미 도래했다. 아직 전환권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투자자인 시너지아이비투자가 51회차 CB를 전액 보유하고 있고, 이를 전량 신주로 전환한다면 KR모터스 지분율은 32.8%까지 확보할 수 있다.

◇ KR모터스, 코라오그룹 내 위상 변화…한국사업 축소→중국사업 확대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으로 이어진다. 신주가 전량 발행되면 KR모터스 최대주주 '엘브이엠씨홀딩스(이하 LVMC)'와 오너인 오 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26%, 11.3%로 희석된다. 현재 오 회장 등의 지분율이 52.87%임을 고려하면 절반이 넘는 지배력이 30%대로 약해지는 셈이다. 전환가액이 더 조정되면 오버행 리스크뿐 아니라 지배구조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KR모터스도 대비책은 있다. 발행가액의 최대 35%까지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이다. 콜옵션 행사자를 KR모터스 혹은 지정하는 자로 정한 만큼 지분율 희석을 일정 수준 방어할 수 있다. 다만 KR모터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도 오는 7월 공모로 발행한 3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을 앞두고 있는 등 여전히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와 관련 코라오그룹 내 KR모터스 위상도 변화가 감지된다. KR모터스가 속한 코라오그룹은 한상(韓商) 기업인 오 회장이 라오스를 거점으로 베트남과 미얀마, 캄보디아 일대에서 자동차 및 이륜차 생산, 판매 등을 영위한다. 코라오그룹은 2014년 3월 KR모터스 전신 S&T모터스를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도 발을 뻗었다.

그러나 2017년 KR모터스를 통해 국내 이륜차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대림자동차공업의 이륜차 사업부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힘도 많이 빠졌다. 이 과정에서 중복 기종의 단종 및 신제품 개발 지연 등으로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합작법인에서 성과가 나오면서 성장 한계가 있는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모회사 LVMC는 2020년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KR모터스 경영권 지분 매각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불확실한 외부 변수들이 잇따른 주가 하락과 오버행 우려 등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관건은 51회차 CB를 두고 투자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KR모터스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51회차 CB 투자자인 시너지아이비투자의 관계사인 시너지파트너스도 앞서 KR모터스 주식 592만여주를 교환 대상으로 LVMC에 81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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