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2세 승계구도 해부]'박세창 회장'의 선결조건, 미흡한 금호건설 키우기②항공사 중심 경영수업, 건설업 경험 전무…승계 절차도 '오리무중'
성상우 기자공개 2022-03-08 07:33:55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3일 10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을 두고 아직은 그룹 총수직에 오르기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직 경영 역량이 온전히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총수직에 오르기 위해선 먼저 매듭지어야 할 선결 과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우선 건설사 경영자로서의 역량 입증이 필요하다. 본인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작업도 그룹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박삼구 전 회장으로부터의 지분 증여 및 상속 작업도 남아있다. 박 사장의 대관식을 위한 선결 조건은 이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다.
◇아시아나·금호타이어서 재무·전략 중심 경영 수업
박 사장은 경영 수업 기간의 대부분을 아시아나항공 및 그 자회사와 금호타이어에서 보냈다. 당시에는 항공 사업이 그룹의 주축이었고 금호타이어도 연간 매출 2조~3조원 규모를 내는 핵심 계열사였다. 건설사업을 직접 접해 본 경험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의 전문 분야는 전략·재무 부문이다.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시작해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와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맡으면서 주로 M&A 등 재무분야 이슈들을 다뤘다. 2016년초 금호건설 전신인 금호산업 사장직을 맡기도 했지만 당시 그의 포지션은 건설부문이 아닌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 담당이었다. 지난해 금호건설로 돌아와서도 관리부문 사장을 맡고 있다.
그룹에 처음 몸 담았던 시기부터 최근까지 전략기획 부서에만 집중 배치됐다. M&A를 통해 성장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역사적으로 재무·전략 부문 전문가를 중용해왔다. 박 사장에 대한 그동안의 경영수업 커리큘럼 역시 이를 염두에 둔 박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 전 회장이 예상보다 일찍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변수가 생기면서 박 사장은 금호건설에서 더 이상 수업이 아닌 실전을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호그룹 연결 기준 연매출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만큼 금호건설 최고경영자(CEO) 직책은 그룹 총수직에 오르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하는 자리가 됐다. 정작 건설업은 그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영역이다.
실적 추이로 보면 금호건설은 순항 중이다. 박 전 회장 최측근인 서재환 대표가 최근 수년간 건실하게 회사를 이끌어왔다. 1조원 초중반대 수준이었던 연매출을 지난해 2조원까지 끌어올렸고 영업이익 역시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10년래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왔고 300% 넘던 부채비율이 100%대 중반으로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다.

◇순항 중인 금호건설, 얼마나 더 키울 수 있을까
이는 서 대표의 경영 성과이지 박 사장의 성과 측정 지표는 아니다. 시장의 관심은 서 대표가 키워둔 금호건설을 이어받게 된 박 사장이 앞으로 외형을 얼마나 더 키울 수 있을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금호건설이 그룹 재건의 발판인 만큼 현상 유지보단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서 대표 체제 하에서는 주택·개발사업 확대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반면 해외 및 신사업 비중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박 사장이 경영 역량을 입증해낼 수 있는 키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역시 금호그룹 정상화를 위해 선행돼야 할 조건이다. 금호건설은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0% 가량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처분하기로 했다. 이 지분은 과거 아시아나항공이 산은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3000억원을 지원받을 당시 금호산업이 담보로 제공했던 물량이다. 금호건설은 지분(담보) 매각 대금을 대출 상환에 쓰고 남은 돈을 가져올 수 있다.지분 가격을 최대한 높게 책정해 팔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이를 박 사장이 컨트롤하고 있다. 지분 매각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박 사장에 대한 업계의 경영 능력 평가 점수도 그만큼 깎일 수밖에 없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의 지분 승계 과정도 아직 남아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경쟁자는 없지만 아직 절대적 수준의 지분율을 박 전 회장이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물려받기 위한 실무 작업을 거쳐야한다. 지배력 손실 없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선 상속 및 증여세 재원 마련 작업이 동반돼야 한다.
이 모든 사항이 충족되기까진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해 보인다. 업계가 박 사장의 경영권 승계 및 회장 취임 시점은 아직 멀었다고 보는 배경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회사 내부에서 현재 나오고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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