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키움투자자산운용]‘주식 복리효과 증명’ 조경택 헤지펀드팀장성장주+주주환원 배당주 선별…2호 론칭 준비
이민호 기자공개 2022-03-08 08:11:22
이 기사는 2022년 03월 07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경택 키움투자자산운용 헤지펀드팀장(사진)은 주식 복리의 효과를 수익률로 증명해내고 있다. 고성장으로 재투자를 이어가는 기업과 성장폭이 크지 않더라도 주주환원율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것은 조 팀장의 핵심 운용철학이다.조 팀장은 2020년 코로나19 여파 직후 2년 연속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 모두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면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시그니처 헤지펀드인 ‘K고래’를 설정액 2000억원이 넘는 기관투자자 인기상품으로 발돋움시켰다. 올해는 리테일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2호 펀드도 론칭할 예정이다.
◇성장 스토리: 제조업→금융업 전환…헤지펀드 매력 실감
조 팀장이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처음 입사한 곳은 비금융권인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였다. 유년 시절부터 주식과 펀드 투자에 관심이 많았지만 군 전역 직후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소액으로 해본 주식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주식은 직접투자해도 무방할 만큼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현대자동차 재경본부를 선택한 것도 단순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입사 이후에도 조 팀장은 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2011년 유럽재정위기가 터지면서 2200이 넘던 코스피지수가 1600까지 폭락했다. 처음으로 주식투자가 어렵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실력 부족을 절감하고 주식투자로 본업을 전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3년 카이스트 금융MBA 과정을 시작했다.
이후 조 팀장은 2015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에 입사했다. 주식리서치팀으로 입사해 주식운용2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소형가치주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주식운용2팀에서 조 팀장도 같은 스타일의 공제회 일임펀드 운용에 참여했다.
하지만 곧 한계를 느꼈다. 일임펀드는 롱온니 벤치마크 운용의 비교적 단순한 전략을 취했다. 벤치마크 운용은 복제율이 높은 특성상 유연한 스타일 드리프트가 불가능해 장기적으로 벤치마크를 이기기 어려웠다. 공모펀드보다도 운용보수가 낮아 보상도 적었다. 이는 헤지펀드 운용으로 고개를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18년 키움투자자산운용이 헤지펀드본부를 세팅하면서 조 팀장이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롱숏펀드 ‘K고래’ 운용핵심…‘복리효과’ 강조
조 팀장은 키움투자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 출범 직후인 2018년 4월 설정해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는 ‘키움 K고래 멀티전략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핵심 운용축이다. 멀티매니저 시스템의 이 펀드는 순자산(NAV)의 절반은 공용북으로 장기성장주에 투자하면서 지수 헤지를 실행하고 나머지 절반은 매니저별 개인북으로 롱숏 단기 트레이딩을 수행한다. 기관투자자 자금으로만 구성돼 있으며 지난달말 기준으로 누적수익률 60%를 웃돌면서 설정액도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기본적으로 주식 롱숏 전략을 취한다. 롱 포지션에서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며 숏 포지션은 주로 헤지 목적으로 활용한다. 평균적으로 베타를 0.2~0.3으로 운용한다. 전반적인 시장 상승기에는 0.5~0.6으로 열기도 한다. 롱 포지션 대비 숏 포지션을 축소하면 베타는 커진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기에는 0.3보다도 낮춰 유연하게 대처한다.
조 팀장의 운용철학의 핵심은 ‘성장과 복리의 효과’다. 기업 자체가 고성장해 재투자를 지속하는 전형적인 성장 기업은 바이앤홀드(Buy&Hold)만으로도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성장 기업만큼 크지 못하는 기업이라도 주주환원율이 높다면 매니저가 배당을 받아 재투자하면서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조 팀장도 운용 초기 재무상태표를 뜯어보며 청산가치를 찾고 딥밸류에 빠진 주식을 찾는 데 골몰했지만 헤지펀드를 운용하면서 철학이 바뀌었다. 이런 기업들은 대부분 저성장에다 배당성향이 코스피 평균보다 낮아 복리효과를 누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롱 리소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복리효과가 있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봤다.
◇트랙레코드1: 효자종목 ‘카카오’…팬데믹 대응 적중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K고래’에서 복리효과의 철학에 따라 장기성장성을 보유한 종목과 주주환원율이 높은 종목에 투자했다. 이들 종목은 이후 금리가 하락하고 유동성이 풀리면서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기록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종목과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 종목이 대표적이다.
특히 카카오는 2018년말부터 투자해 큰 수익을 안겨줬다. 이전까지는 카카오를 이유 없이 비싼 주식으로 생각했다.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이후 2018년까지만해도 시가총액은 카카오톡 가치를 반영하지만 이익은 다음에서만 발생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2019년부터 카카오톡에 광고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인터넷기업의 주도권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간데다 트래픽은 카카오톡이 네이버모바일과 비슷하거나 더 많았다. 이익 측면에서 주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판단해 ‘K고래‘에서 투자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회사 이익과 시장 유동성 급증이 맞물리면서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줬다.
지난해의 경우 롱 포지션뿐 아니라 숏 포지션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서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펀드는 지난해에만 4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롱 포지션에서는 성장주에서 수익기여도가 컸다. 효성그룹주에 포함되는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종목이 실적 상승에 힘입어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숏 포지션에서는 코로나 수혜주에 포함돼 급등했던 종목들에 주목했던 것이 맞아떨어졌다. 바이오주와 해운주가 대표적이었다.
◇트랙레코드2: 팬데믹 손실후 회복…리스크관리 강화 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손실 경험은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조 팀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과거 사스(SARS)나 메르스(MERS) 정도로 판단했다. 코스피 지수가 일정 수준까지 하락하면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고 그 하단을 1800으로 봤다.
코스피 지수가 1800까지 하락했을 때 펀드 베타를 오히려 늘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고 코스피 지수가 1400대까지 추락했다. 1800대에 더 샀던 주식을 손절하는 과정에서 손실폭을 키웠다. 이후 급반등이 나오면서 펀드가 회복했지만 당시 손실은 뼈아팠다.
이후 조 팀장은 불확실한 변수로 시장에서 급락이 발생할 경우 기회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시장이 진정된 이후 시장 대비 아웃퍼폼하는 주도주를 찾는 것이 시장 바닥을 잡는 것보다 리스크 대비 리턴이 우수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코로나19 해소로 기회…‘K고래’ 2호 펀드 론칭
키움투자자산운용 내부적으로는 헤지펀드본부 세팅 이후 운용규모를 꾸준히 늘리는 등 양적인 성과뿐 아니라 조 팀장의 민첩하고 과감한 운용 스타일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롱온니와는 달리 시장 상황을 판단해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포착하고 롱숏 비중을 조절하는 등 전략의 유연성이 필요한 만큼 헤지펀드 운용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2년 연속 전체 헤지펀드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를 달성한 것도 조 팀장의 높은 결단력이 바탕이 됐다고 본다”며 “키움투자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가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데는 조 팀장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올해는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에서 약 2년 만에 벗어나 정상화되는 원년으로 섹터별 또는 기업별로 위기와 기회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 해소로 실제 기업 체력이 드러나면서 펀드에도 수익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연초 유동성 긴축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하락한 시장은 이번달을 정점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만간 ‘K고래’ 2호 펀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2호 펀드는 기관투자자 자금만 모은 1호 펀드와 달리 리테일 개인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헤지펀드 투자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특히 사모재간접 구조의 공모펀드를 통해 소액으로도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새로운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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