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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이전하면 금융허브 만들어지나 thebell desk

최명용 기자공개 2022-03-15 08:37:35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4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역대 최소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정책보단 비호감 대결이었다. 그만큼 뒷말이 많다. 정권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뀐다. 부처 수장들이 바뀌고 정책도 바뀐다. 사법부를 비롯해 정치, 관료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경제로 눈을 돌리면 '문재인 정부 지우기'가 시작됐다. 탈원전 정책은 뒤집어지고 있다. 갑질 논란을 받던 플랫폼 비즈니스도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금융정책'도 정반대 기조로 돌아 섰다. LTV 규제를 완화하고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암호화폐 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고 가상자산거래소를 육성하기로 했다.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터부시했던 일들이다.

눈에 띄는 또 다른 공약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다. 과거에도 나왔던 공약인데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다른 국책은행은 물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도 부산 이전이 거론된다.

부산을 금융중심 도시로 만들어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는 명분이 있다. 부산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용 '공약'이었다. 실제로 이행될 지는 미지수지만 곱씹어볼 대목들이 있다.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것은 2009년이다. 국제금융센터가 만들어졌고 기술보증기금,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 산업은행까지 옮겨 가면 해운 조선 등 지역 연계 산업과 금융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한다.

과연 산업은행이 옮겨 가면 부산은 금융중심지(금융허브)로 거듭날 수 있을까.

흔히 금융허브로 말하는 도시는 뉴욕과 런던, 홍콩 등이다. 수 많은 금융기관이 포진해 있고 금융 거래가 자유롭게 일어 난다. 큰 손들이 자금을 굴리고 사람이 몰린다. 거래소를 중심으로, 혹은 자본을 중심으로 판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돈과 사람이 '모이는 도시'가 금융허브다.

한국의 금융 허브는 거꾸로 가고 있다. 큰 손들이 모여도 시원찮을 판에 돈과 사람을 분산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큰손은 국민연금이다. 수백조원의 자산을 굴린다. 국민연금 운용역을 만나기 위해 글로벌 뱅커들이 줄을 선다. 국민연금은 전주에 '고립'돼 있다. 국민연금이 전주 시대를 연 뒤 투자 운용역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한다는 웃픈 얘기도 돌았다. 글로벌 IB들과 미팅을 위해 국민연금 임원들이 서울을 오가는 귀중한 자원 낭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국책은행과 금융당국이 부산으로 옮겨가고 시중은행은 서울에 남는 이상한 쪼개진 금융허브가 시도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홍콩'을 대신한 금융 허브 찾기가 한창이다. 중국의 국가보안법 등 정치적 리스크로 홍콩이 흔들리면서 수 많은 금융기관들이 탈 홍콩을 시도하고 있다.

경쟁 국가들은 금융 허브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도쿄가 가장 적극적으로 홍콩 자본 유치에 나섰다. 국제학교를 만들고 인재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이미 유력한 대안으로 부각됐다.

한국에선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접기로 했다. 해외 기관을 유치하기는 커녕 진출해 있는 기관마저 발을 빼는 형국이다. 규제는 많은 데 비효율이 넘쳐난다.

금융 허브는 지역 나눠주기로 될 일이 아니다. 산업은행의 부산행으로 금융 허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산으로 간 금융기관을 다시 서울로 불러 오는 역발상도 고민해 볼 법하다. 전주에 쳐박혀 있는 국민연금을 과감하게 서울로 다시 불러 오는 게 금융 백년대계를 위해 더 필요한 일이다.

금융을 '퍼주기식 지원'의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 시선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거래소만 육성할 게 아니다. 이미 경쟁력을 갖춘 금융지주들, 민간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판을 깔아주면 자연스럽게 금융허브가 만들어진다.

산업은행을 부산에 보낼 게 아니라 홍콩 금융기관을 한국에 유치하는 고민이 먼저다. 규제 철폐와 금융 산업 하기 좋은 환경이 더 시급하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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