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17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연말이 다가오면서 저녁자리가 많아졌다. 모처럼 다시 찾은 일상이 반갑다. 한잔 술에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금새 시간이 지난다. 불현듯 고민이 시작된다. 조금만 늦으면 택시 잡기가 어려워진다. 종로 일대에선 9시 30분이 임계점이다. 10시만 넘어가면 택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몇해전만 해도 길거리에서 택시로 뛰어들다시피하며 택시를 잡았다. 합승도 불사했고 따블을 외쳤다. 지금은 앱을 켠다. 빅데이터에, 통신 기술이 그렇게 좋아졌다는데 지금의 택시 잡기는 '따블'을 부르던 시절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
택시 잡기가 어려운 이유는 자명하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공개한 데이터에 명확히 나와 있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택시 호출 건수는 크게 늘었다. 올해 11월 들어 일평균 택시 호출 건수는 289만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0%가 늘었다. 일 최대 호출 기록은 384만건에 달했다.
택시 운행 대수는 줄었다. 개인택시들은 심야 영업을 꺼리고 법인택시도 절대수가 줄었다. 코로나 시대에 택시 기사들이 대거 배달 등으로 업종을 바꿨다. 피크 시간대에 택시를 잡으려는 수요는 크게 늘어난 반면 그에 맞는 택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급을 늘리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다. 절대적인 택시 공급량을 늘리는 게 한 방법이다. 단기간에 하긴 힘드니 개인택시들을 밤에 나오게 하면 된다. 시장주의 경제 원칙에 맞춰 요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피크 타임에 택시 요금을 할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선 스마트호출 요금이란 제도를 통해 가격 탄력성을 두려 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와 정치권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시장 경제에서 가격은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택시 요금은 건드리면 안되는 성역이다. 호출 요금을 낼 의향도 있고 따블을 낼 의향도 있는데, 가격도 조정할 수 없고 그렇다고 유사한 운송사업으로 공급을 늘릴 생각도 없다.
타다 규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는 지난해 3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타다를 대신할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들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타다는 택시를 대체할 수 있는 타다베이직을 중단했고 유사 사업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택시 공급은 전혀 늘어나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타다금지법은 정치의 계산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타다 이용자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뭉치기 힘든 반면 택시업계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조직되기 쉬웠다.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컸다. 정치권이 즉각 반응을 했고 그 결과가 오늘날 택시 대란의 결과물이다.
정치의 계절이 다시 도래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기저기 정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카카오는 문어발 확장의 주범으로 혼쭐이 났다. 김범수 의장은 국회의원들 앞에서 연신 머리를 숙여야 했다. 골목상권을 침탈했다며 호된 질타를 받았다. 카카오는 상생을 하겠다며 일부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헤어샵을 중단하고 스크린골프도 축소대상이다.
모두가 행복한 일인가. 플랫폼을 이용해 편리하게 헤어샵을 예약하던 소비자들의 효용은 어디로 갔나. 소비자들이 느낀 편리함은 고려 대상이 아닌가. 카카오가 스크린골프를 철수한다면 수 많은 가맹점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대선 주자들은 포털을 개혁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털이 뉴스 콘텐츠를 장악해 갑질을 하니 이를 바로 잡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플랫폼 사업을 직접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규제법 얘기도 나오고 있다. 조만간 관련 법이 통과할 태세다.
세계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자생한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유럽의 선진국들도 대거 구글의 영향력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처럼 자생 플랫폼 업체가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별로 없다. 정치의 계절에 섣부른 규제의 칼날이 플랫폼 사업자들을 또 따른 타다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