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 메자닌 시장의 그늘]RCPS '자본vs부채', 금융위도 '오락가락'⑤비상장사, 부채 표기 원칙…코리아센터 '자본 인정', 대외비로 남겨 책임 회피 바판
남준우 기자공개 2022-03-24 13:01:34
[편집자주]
국내 메자닌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투명성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공시 의무가 있는 공모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어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픽싱 조항을 악용한 발행사 지분 희석 우려, 자본이냐 부채냐 회계처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더벨은 급성장한 국내 메자닌 시장의 그늘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2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자본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생기며 시장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상 비상장사는 부채로 분류하는 것이 원칙이다.2019년 코리아센터 상장 당시 금융위원회는 자본으로도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질의 내용을 대외비로 남기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사인에 따라 은글슬쩍 자본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비상장사, K-IFRS 적용시 RCPS 부채 인식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합쳐진 메자닌이다. 보통주보다 우선적인 권리를 가지는 ‘종류주식’의 일종이다.
RCPS는 그 특성상 자본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부채로 기입되기도 한다. 회계적인 시각에서 RCPS를 자본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영구성'과 '상환권 주체', '리픽싱 조항 여부' 등을 고려한다.
발행사에 자금이 오래 묶여 있을수록 자본으로 인정될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일정 기간 이후 상환권을 행사하거나 이자율을 대폭 상승시키는 스텝업(Step-up) 조항을 첨부한다. 시장 관행 상 대부분 콜 옵션 행사한다.
비상장사의 경우 상장 전 한국회계기준(K-GAAP)를 적용할 땐 자본으로 인정해준다. 다만 상장 과정에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하면 부채 표기가 원칙이다. 회사가 상환권을 가지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투자자가 상환권을 가지고 있다. 리픽싱 조항이 없는 경우도 사실상 찾기 힘들다.
상장 과정에서 회계기준이 달라지면서 자본잠식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예비 상장사가 상장 전 보통주 전환을 꾀하는 이유다. 다만 최근 들어 금융위원회가 K-IFRS를 적용해도 RCPS를 자본으로 인정해주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시장 혼선이 일고 있다.
◇금융위, 코리아센터 RCPS '자본 인식 가능' 인정
2019년 코스닥에 상장한 코리아센터가 대표적이다. 상장 전 수인베스트먼트캐피탈로부터 RCPS 260억원을 투자받았다. 기존 리픽싱 조항은 공모가의 80%까지 조정이 가능했다. 이후 '전환권 대가 파생상품부채'를 공모가로 리픽싱해주는 조건을 적용했다.
자본으로 재분류하는 '회계 변경'을 감행했다. 공정가치 기준 77억537만6000원이 자본으로 편입됐다. 당시 감리를 맡았던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금융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질의했는데 자본 인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해당 방안을 제안했다. 2011년 공개된 '회제이-00094'를 인용해 조건을 변경한 것이다. 한국상장회사연합회는 지난 2011년 금융감독원에 '신주인수권 대가의 회계처리'라는 질의를 냈다. 리픽싱 조건이 있는 신주인수권 대가에 대한 공정가치를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의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문서번호 '회제이-00094'를 통해 "행사가격 인하 조건 대가의 경우 외부로 환급될 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부채요소로 보기 어렵다"며 "사채 부분을 차감한 잔액을 자본으로 분류하는 것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상장회사연합회가 특정 회원사 문제를 기준으로 질의한 데다 비공개로 답변한 만큼 다른 회사들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
◇금융위, 질의 문서 '비공개'…유권해석 가능성 농후
금융위원회가 해당 문서를 대외비로 남기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공인회계사회에게는 외부 유출없이 감리 목적으로만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금융위의 결정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RCPS의 부채·자본 분류가 오랜 학문적인 이슈였던 만큼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의견이다. 보편적인 수준으로 확대 해석이 어려워 해당 기업에게만 공유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다만 관련 문서를 접한 일부 회계법인 관계자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K-IFRS가 리픽싱 조건이 있는 복합금융상품의 전환권을 파생상품부채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유권해석이라는 비판이다.
형평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감사인에 따라 은글슬쩍 자본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작년 4월 티웨이항공도 대성삼경회계법인의 인정 하에 전환우선주(CPS)를 자본으로 인식했다. 덕분에 500%가 넘던 부채비율을 300%로 낮췄다.
웰마커바이오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2019년도부터 웰마커바이오의 감사를 진행한 신한회계법인은 회사가 보유 중이던 RCPS와 CPS를 자본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영업손실 상태가 이어지며 2020년말 기준 자본총계는 -501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다. 내부 논의 끝에 원칙대로 부채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관계자는 "RCPS의 부채·자본 분류는 세부 조항에 따라 회계적 시각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국내에 대부분 리픽싱 조항이 있는 만큼 부채 분류가 원칙"이라며 "금융당국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국제 회계기준에 맞지 않는 유권해석이 가능해졌고 회계법인은 발행사 입맛에 맞춰줘야할 구실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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