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구관이 명관' 가전명가 이끈 류재철 부사장④세탁기 개발자 출신, 34년 생활가전 트렌드 주도…LG씽큐 앱 연동 아이디어 주인공
손현지 기자공개 2022-04-06 08:00:59
[편집자주]
구광모 체제 이후 LG전자가 숨겨진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 가전명가(名家) 타이틀 대신 '모터스 LG'로 거듭나기 위한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적자를 지속하던 스마트폰, 태양광패널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전장과 로봇 등 신사업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 '뉴LG' 비전을 품고 빠르게 변화하는 LG전자의 핵심 경영진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4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전은 역시 LG'.과거 한 광고카피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이젠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LG전자는 국내를 넘어 유럽, 미국, 아시아에서 K-생활가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작년엔 글로벌 가전업체 월풀을 꺾고 생활가전 매출 1위를 당당히 차지했을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입증해냈다.
그 중심에는 류재철 생활가전(H&A)사업본부 부사장(사진)이 있다. 입사이래 34년간 가전업계에만 몸담은 '원로'격이다. 오랜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탁기 개발부터 건조기, 로봇청소기, 스타일러 등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전 트렌드를 주도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린다.
◇세탁기 연구개발만 24년, 新가전 상용화 10년
류 부사장은 개발자 출신으로 임원까지 올라간 케이스다.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 세탁기 연구실에 입사한 뒤 24년간 세탁기 연구개발에만 매진하며 대포 물살 세탁기 등을 개발해냈다.
LG전자 세탁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있다. 2005년 책임연구원 시절 전세계 최초로 '15㎏ 대용량 드럼 세탁기'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 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에서도 카펫이나 이불 등 대형 빨래 수요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개발자 사이에서 세탁용량 크기 변화는 기술 진보로 여겨지는 부분이었다.
그는 2년간 세탁기 소음 줄이기에 매진했다. 세탁용량이 증가할수록 내부진동이 심해져 소음이 커지기 마련이다. 작은 세탁기 캐비닛에 큰 드럼을 넣으면 공간이 좁아지면서 캐비닛과 마찰이 생기는 원리다. 류 부사장은 구로연구소와 사업부를 오가며 세탁통의 움직임을 최소화시키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 기술을 고안해냈다.
세탁기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1년엔 임원(세탁기 프론트로더 사업팀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엔 세탁기 분야 국위선양 공로로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LG전자의 프리미엄급 대용량 세탁기가 북미 시장에서 5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데 류 부사장의 기여도가 컸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류 부사장은 개발자 중에서도 트렌드에 밝은 개발자였다"며 "아이디어도 많아 다양한 시도를 꺼리지 않아 LG가전의 진일보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2013년부턴 세탁기에서 벗어나 냉장고와 가정용에어컨(RAC)의 지휘봉도 쥐었다. 유럽, 북미 시장에 LG퓨리케어공기청정 판매호조가 이어진 결과 2017년 50세 미만의 나이로 전무로 승진, 이듬해 바로 부사장으로 고속승진했다.
◇K-생활가전, 국내를 넘어 세계로
스타일러, 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최근엔 비교적 대중화된 가전제품들이지만 불과 5~6년 전만해도 필수가전은 아니었다. 소비자들에게 구매 필요성을 인지시키는 것 또한 생활가전 트렌드를 주도하는 LG전자에게 남겨진 소명이었다. 류 부사장은 다양한 체험기회를 도모하며 마케팅에도 집중했다.
2017년 창원공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중국업체들이 LG전자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베낀 것을 두고 "꼭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며 "해외에서는 스타일러 자체를 알리는 게 우선인데 여러 플레이어가 같이 뛰면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필수가전들의 기술 혁신도 주도했다.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트윈워시 등 그의 손을 거쳐간 걸작들이다. 음성만으로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가전제품도 개발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딥씽큐(DeepThinQ)를 휘센 씽큐 에어컨, 트롬 씽큐 드럼세탁기 등에 탑재했다.
원가 혁신과 생산 효율성 끌어올리는데도 주력했다.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 등 글로벌 생산기지도 확대했다.
◇가전 트렌드 리더, UP가전으로 새도약
류 부사장이 이끄는 H&A본부는 LG전자 전체 수익을 하드캐리한다. 구광모 회장이 전장, 로봇 등 신사업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엔 '파격' 도전을 시작했다. 가전업계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올해부터 출시하는 모든 가전에 사물인터넷(IoT)을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고객들이 가전제품을 교체하지 않고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LG전자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가상(VR) 등 다양한 기술들을 경험해 새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류 부사장은 이러한 방침을 'UP가전'이라고 명명하고,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세탁기나 에어컨 등 프리미엄 라인에만 적용하던 것을 이젠 냉장고, 건조기, 오븐, 공기청정기 등 전 분야로 적용범위를 확대한다는 뜻이다.
고객 락인(Lock-in)을 고려해 '고객경험'에 더 주안점을 둬야한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애플이 가장 장점을 둔 부분이기도 하다. 충성고객을 만들어 태블릿, 스마트폰 등 연계 구매효과를 이끌어낸다. 공장형 하드웨어 제조방식에서 벗어나 알맹이인 소프트웨어 컨텐츠를 개발하는데 힘을 더 쏟겠다는 뜻이다.
류 부사장은 "(가보지 않은 길이라)교체주기에 영향을 줄 지 판단하긴 어렵다"며 "고객들이 가치를 느끼고 인정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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