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업그레이드, 르네상스운용표 일임에 접목" 이건규 대표 "중소형 롱온니 하우스서 다변화 밑그림"
양정우 기자공개 2022-04-06 08:12:29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5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헤지펀드 업계에서 떠오르는 신생사인 르네상스자산운용이 일임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설립 3년여 만에 운용자산(AUM)이 35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유독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이건규 대표(사진)는 가치투자의 범위를 좀더 넓힌 투자 철학을 갖고 있다. 단순히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기준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산 후 장기간 보유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가치투자를 업그레이드한 이 대표의 전략은 헤지펀드를 넘어 일임 운용에 접목이 예고돼 있다.
◇개인일임 수요 확대, 최고가입액 3억 부담…수익률로 화답, AUM 3500억 껑충
이건규 대표는 "일임 비즈니스에 뛰어든 건 사모펀드(헤지펀드)의 최소가입 규모(3억원)가 너무 높은 만큼 고객 다변화를 꾀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을 뿐 아니라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이미지가 퇴색돼 거부감을 가진 고객이 있어 일임 사업의 수요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르네상스운용은 아직 신생사로 분류되지만 이제 AUM이 35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중견 하우스의 볼륨을 갖추고 있다. 냉혹한 자본시장에서는 결국 수익률로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그만큼 지난 3년여 간 오로지 수익률로 고객에게 화답했기에 재투자와 입소문을 토대로 성장 일로를 걸어왔다.
르네상스표 일임 비즈니스는 어떤 강점을 갖추고 있을까. 현재 르네상스운용의 운용 전략을 뜯어보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다. 롱 온니(long only) 스타일을 고수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중소형주 발굴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갖추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중소형주가 80% 정도에 이르고 있다. 대형주 중심으로 시장 수익률에 다가서는 대신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고수하고 있다.
펀드와 일임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종목수다. 펀드 비히클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다양한 주식을 담을 수 있지만 일임의 경우 고객 개개인의 계좌를 별도로 취급하기에 볼륨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압축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형주 중심으로 운용 전략을 갈고닦은 르네상스운용 입장에서 일임 운용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일임 사업의 경우 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낮은 것도 특징이다. 헤지펀드엔 규모에 맞게 갖가지 전략이 녹아있지만 일임은 압축 포트폴리오로 운용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전략이 담길 수밖에 없다. 기본 수수료는 1.25%이고 성과 보수의 경우 수익률이 8%를 넘었을 때 15%가 부과된다.
르네상스운용은 일임 비즈니스에 나서고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과 맞손을 잡았다. 이들의 각사별 매매 시스템을 활용하는 가운데 일임 고객이 스스로 선택한 증권사에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운용이 시작된다.
◇'가치투자' 맏형 VIP 출신…일임 트랙레코드 토대 기관 세일즈
이건규 대표는 국내 가치투자의 맏형인 VIP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출신이다. 그만큼 업계에서 대표적 가치투자자로 꼽힌다. 다만 그는 한층 더 진화한 가치투자관을 지향한다.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는 기존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종목에 따라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짧은 기간만 보유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전통적 가치투자자가 선호하지 않는 정보기술(IT)나 바이오 기업도 꾸준히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가 가치투자관을 재정립한 건 한국이 고도 성장기를 지나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이익 성장을 달성하지 못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기업에 장기 투자하면 언젠가 큰 수익을 안겨주는 패턴이 반복됐다. 하지만 저성장 시기에서는 아예 도태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성장성을 갖춘 산업이나 기업을 선별해 가치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다.
르네상스운용은 올들어 주요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주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여건에서는 이익 창출력이 좀더 안정적이면서도 저평가된 섹터에 집중한다. 이런 타깃이 금융주라고 보고 있다. 은행과 보험 섹터의 비중을 늘리면서 하락장에서도 수익률 방어에 유리한 쪽으로 자산을 재배분하고 있다.
정권 교체 이벤트에 따라 건설 섹터도 우호적 경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관측한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여파에 원가 상승 압박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수년째 지연돼 왔던 재건축과 재개발 프로젝트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실적에 연결될 수 있는 환경 변화다. 건설사는 물론 유관 업종의 주가 흐름도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면 보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건 중국과 러시아와 관련된 주식이다.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소비재의 경우 현지 코로나19가 확산 초입 국면이어서 향후 수개월 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사례처럼 확진자의 급증 추세가 예상되는 만큼 중국의 소비가 부진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사의 개인 일임의 경우 계약고 3000억원 수준이 최대치"라며 "앞으로 1~2년 정도 일임 사업의 트랙레코드를 쌓은 후 연기금 등 기관 고객을 유치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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