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Radar]규제 완화 vs 자본확충…보험사 RBC 해결법 '고심'채권재분류·재보험 등 완화책 '기대'…부실기관 지정된 MG손보 '형평성'도 관건
이은솔 기자공개 2022-04-26 08:16:4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5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리가 급등하며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을 둘러싼 보험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CEO를 소집해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도출하지 못했다. 업권에서는 채권재분류와 재보험 등 RBC 비율을 제고할 '우회로'를 원하고 있지만 당국은 자본확충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규제를 풀어줄 경우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은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는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20여개 생손보사의 대표이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간담회를 개최한 건 최근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마지노선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에서는 지급여력비율 100%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금융당국에서는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에서는 DB생명(158%)·흥국생명(163%)·KDB생명(169%)·한화생명(185%), 손보사에서는 흥국화재(155%)·악사손보(170%)·한화손보(177%)·KB손보(180%) 등이 마지노선에 근접했다. 지난해 연말 이후 올해 3월까지 급리가 추가로 급등했기 때문에 이들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은 더욱 하락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RBC비율 제고의 '모범답안'은 자본확충이다.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투입과 높은 이자는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보험업권에서는 자본확충 없이 RBC 비율을 제고하는 다양한 규제 완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RBC 산출 기준 변경, 재보험 출재, 채권재분류 확대 등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채권재분류는 보험사의 보유 채권의 계정을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만기보유증권은 장부가로 처리하지만 매도가능증권은 분기마다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손익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계정을 변경해 대규모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자 채권 평가손실이 분기마다 반영되며 가용자본이 급감했다.
채권재분류는 한 번 진행할 경우 3년 동안은 다시 계정을 옮길 수 없는데, 이 기간 제한을 풀어줄 경우 보험사들은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다시 옮길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분기별로 평가손실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금리가 추가 상승해도 타격을 받지 않게 된다.
지난주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책에 대한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리 상승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해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당국은 규제완화 보다 자본확충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이날 보험사들이 자본확충을 먼저 해야 당국이 도와줄 수 있다는 원칙적 내용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MG손해보험은 여러 차례 적기시정조치를 부여받았고, 지난달 말 최종적으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부실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한 데는 급격한 금리 상승의 영향이 컸고, 이는 일시적인 문제라는 게 MG손보 측의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현 시점에서 자본적정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MG손보를 부실기관으로 지정했다. MG손보의 대주주 사모투자펀드(PEF) JC파트너스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국이 RBC 규제를 완화해주면 현재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하락이 실질가치 하락이 아닌 외부적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이 경우 완화책을 적용받지 못한 MG손보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당국에서도 난처한 상황일 것"이라며 "MG손해보험은 원칙대로 처리했는데 타사는 유예를 해줄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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