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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그룹, 돌파구는 신사업 투자 [투자에서 길을 찾다]⑧2018년과 달리 신사업 투자 비중 41%에 달해...롯데케미칼 위상 회복에도 관심

조은아 기자공개 2022-05-30 13:44:22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그룹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많아진 투자 규모와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친기업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어보인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명운이 걸린 투자 계획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7일 08: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에만 37조원을 투자한다. 국내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투자계획을 뜯어보면 위기의식을 넘어 절박함이 보인다.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 잇단 악재로 휘청였다. 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 사업과 화학 사업이 모두 흔들렸다. 한때 롯데케미칼은 LG화학의 경쟁상대로 꼽혔지만 이제 두 회사를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게 어색해졌다. 사업 구조는 물론 규모 역시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사업에 41%, 다른 그룹보다 높은 편

롯데그룹은 최근 5년 동안 37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계획에서 눈에 띄는 건 신사업 투자 비중이 41%(15조2000억원)로 다른 그룹보다 높다는 점이다. 특히 그간 하고 있던 사업에서 조금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그룹과 무관했던 사업에서 투자한다.

우선 바이오 사업을 위한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출범한다. 1조원을 투자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을 위한 공장도 신설할 예정이다. 모빌리티 사업도 본격화한다. 롯데렌탈이 8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유통 매장과 연계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도 펼치며 이외에도 도심교통항공(UAM)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한다.

각 그룹이 어떤 사업을 신사업으로 분류했느냐에 따라 다소 애매하긴 하지만 삼성·현대차·SK·LG의 경우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예를 들어 SK그룹은 전체 투자 247조원 가운데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에 투입되는 비중이 57.5%에 이른다.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그린비즈니스에 투입되는 금액을 더하면 무려 85%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그룹의 명운을 걸 사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방향이 잡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에서 신사업 투자 비중이 높은 건 그만큼 주력 사업 외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2018년 롯데그룹이 내놨던 투자계획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당시 롯데그룹은 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비중을 살펴보면 화학과 건설이 40%, 유통이 25%, 관광 및 서비스가 25%, 식품이 10%를 차지했다. 모두 롯데그룹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하고 있던 사업들이다.

◇롯데케미칼, 예전 위상 회복할까

물론 기존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간다. 특히 화학 사업에만 9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사업, 고부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7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수소 및 배터리 사업에도 5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한때 LG화학의 라이벌로 꼽혔다. 2019년까지만 해도 두 회사가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였다. 당시 각 회사를 이끌던 수장이 대학 동기라는 점에서 동창들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세간의 관전평도 나왔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과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모두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이다. 둘 모두 한 회사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CEO까지 지냈다.

두 회사가 상반된 전략을 펼치면서 관전에 흥미를 더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등 사업분야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에 충실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른바 '한우물 전략'을 통해 LG화학과 업계 1위를 다투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희비가 엇갈렸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정상 궤도에 접어들기 시작한 반면 롯데케미칼은 한계에 부딪쳤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이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닷새 전 별도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친환경 미래 사업에 2030년까지 모두 1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수소와 배터리 소재 등이 주요 투자처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PI첨단소재와 일진머티리얼즈의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기도 한다. 롯데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워낙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던 만큼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내부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칫 잘못하면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모든 사업역량을 한데 모아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자 친환경 사업을 포함한 사업별 투자 규모와 매출액 등을 구체화한 새로운 비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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