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주관사 성적표]'시총 증발' 제주맥주, 흑자전환 비전도 '물거품'[대신증권]주관사 책임론 제기, 풋백 옵션 면하고 투자자만 울상
남준우 기자공개 2022-06-20 07:31:54
[편집자주]
코스닥 특례상장 요건이 도입된 지 17년이 지났다. 몇 년 안에 획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거래 정지를 당하거나 상장 폐지 얘기가 나오는 곳이 속속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주관사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자격이 되지 않는 기업을 마구잡이로 상장시켜 놓고 높은 수수료만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벨은 특례 상장 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주관사별 역량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5일 15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신증권은 작년에 국내 최초로 수제맥주 기업을 상장시켰다. 수제맥주 시장 성장 가능성에 힘입어 제주맥주는 테슬라 요건 상장을 활용해 예상보다 높은 몸값으로 화려하게 시장에 데뷔했다.하지만 밸류에이션에 반영된 흑자전환은 여전히 미지수다. 초호황기였던 시장이었기에 상장 직후 주가는 안정적이었다. 덕분에 대신증권은 풋백 옵션 부담을 손쉽게 면했다. 다만 최근 몸값은 상장 시점 대비 약 30% 증발하며 투자자만 피해를 봤다.
◇공모가밴드 초과…2021년 흑자전환 가능성 밸류 반영
제주맥주는 2021년 5월 국내 수제맥주 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설립 이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주관사인 대신증권과 논의해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기업 상장)을 활용한 IPO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직 이익을 내지 못했던 만큼 기업가치 책정을 위해 일반 상장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2023년 추정 실적을 활용해 'EV/EBITDA'를 기업가치 산정 기준으로 삼았다. 주력 제품인 제주에일 판매가 호조였던 만큼 2021년 흑자 전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맥주 제조업 특성상 유형 자산에 따른 감가상각비 비중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상장 전부터 제주도 본사에 양조장을 필두로 설비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IPO 조달 자금 중 약 80억원 가량을 시설투자에 사용하고자 했다.
대신증권은 제주맥주의 2025년까지의 재무실적을 추정했다. 2023년 추정 EBITDA에 사업·재무위험 등을 반영한 연 할인율 30%를 적용해 2021년초로 할인하여 산출했다.
대신증권은 제주맥주의 2023년 EBITDA를 207억원으로 추정한 후 유사회사 평균 EV/EBITDA인 20.07배를 적용했다. 할인 전 기준 밸류에이션은 약 2000억원이다. 여기에 최대 30.22%의 할인율을 적용한 예상 밸류에이션은 약 1500억원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매년 세 배 이상 성장하고 있었던 만큼 투자자의 기대감은 곧바로 수요예측에 반영됐다. 총 1447곳의 투자자 가운데 642곳이 밴드 최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약 1800억원의 밸류에이션으로 상장했다.

◇추정치에 한참 못 미친 실적…시총 약 30% 증발
결과적으로 대신증권과 제주맥주의 예측은 투자자를 배신했다. 2021년 매출 494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예상했다. 3년 내에 매출 1000억원 돌파에 이어 2025년 매출 1884억원, 영업이익 382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신생 수제맥주 업체 등과의 경쟁이 커지면서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했다.
2021년 매출은 288억원으로 추정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 심화로 광고비 등을 포함한 판관비가 1년만에 60억원이 증가하면서 여전히 영업손실(72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6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4억원으로 전년 동기(10억원) 대비 더 커졌다.
테슬라 상장이나 성장성 특례상장은 기술특례 상장과 비교했을 때 금융당국이 주관사의 역량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다. 거래소가 지정한 외부기관의 기술평가를 통과하지 않아도, 주관사가 해당 기업의 기술이나 성장성을 보장하고 추천한다.
금융당국은 주관사의 책임을 위해 테슬라 상장의 경우 3개월의 '풋백 옵션' 의무 기간을 부여한다. 보유 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상장 이후 주가가 일정 기간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하면 주관사는 이 가격에 다시 사줘야 한다.
상장 후 3개월은 문제가 없었던 만큼 대신증권은 책임을 면했다. 다만 이후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제주맥주의 주가는 주당 2200~2300원 선이다. 상장 당일 시초가 대비 21% 급등한 5790원에 거래된 이후 최근 절반 이상 떨어졌다. 공모가 대비로는 30% 가량 낮다.
주관사 역량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제주맥주가 IPO 전 FI(재무적 투자자)를 다수 유치했던 만큼 적정 수익률 맞추기에만 급급해 제대로 된 추정치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FI를 많이 유치한 경우 IPO를 통해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하는 만큼 처음부터 몸값을 정해놓고 맞춰 넣기 식으로 실적 추정치를 제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편"이라며 "특례 상장은 애초에 위험이 큰 편이긴 하지만 주관사는 주가가 정해진 기간 안에만 안정적이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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