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모빌리티 지분 매각으로 얻는 것은 지분 10~20% 사이서 매각 가닥…현금 1조 이상 확보 가능
김슬기 기자공개 2022-07-11 13:04:33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7일 14: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초기에 나왔던 경영권 매각에선 한발 물러난 모습이지만 지분율 변경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지분을 일부 매각해 직접적인 사회적 논란에서 벗어나고 동시에 현금성자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내 플랫폼 사업의 핵심축으로 사업 확장의 키로 여겨졌다. 재무적투자자(FI) 등으로부터 조 단위의 투자를 받은 계열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사회적 문제 등에 부딪혔다. 카카오는 이번 선택으로 모빌리티의 2대 주주로 남아 사업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2대 주주로 남을 것…관계기업으로 손익은 반영
지난 6일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내 공지를 통해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으며, 지분 상당수를 매각하는 것은 검토한 바 없다"며 "현재 검토중인 매각 방안은 지분 10%대를 매각을 통한 카카오의 2대 주주로의 Step down(지분 변경) 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으로 카카오의 일부 지분 매각이 공식화됐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지분 57.31%를 보유 중이다.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파트너스·오릭스) 지분율이 23%대이며 칼라일그룹이 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배회사는 일부 주주와의 약정을 통해 일부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동반매도권(태그얼롱),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카카오는 보유 지분 10%대를 매각하고 나머지 재무적투자자(FI)도 함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TPG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 모두 태그얼롱 조건을 가지고 있는 보고 있다.
지분 일부 매각 후 카카오의 지분율은 40%대로 내려가게 되고 FI의 엑시트도 가능하다. 이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관계회사로 둘 수 있게 된다. 통상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지분율 50% 이상은 종속기업으로 두고 20% 이상 50% 미만의 경우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본다. 20% 미만이면 당기손익인식 혹은 기타포괄손익인식 금융자산으로 구분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간 매출 5000억원대를 기록하는 알짜 계열사다. 2017년 분사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500억원대, 2019년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연결기준으로 54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분사 후 첫 영업흑자 전환에도 성공, 영업이익 126억원이었다. 대주주 손바뀜이 있더라도 카카오는 관계기업 회계를 통해 지분율만큼 손익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에 지분 매각으로 카카오가 손에 쥐게 될 현금성자산은 1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와 논의 중인 MBK파트너스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8조원대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외에 다른 주주가 1대 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보유 지분 중 10%대 후반을 팔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는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 배재현 CIO, 모빌리티 사업과 선긋기…상생안 유지도 '미지수'
사실상 카카오의 지분율만 변경해 종속기업을 관계기업으로 변경하는 것은 경영에는 참여하되 사회적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묘수였다는 해석이다. 배 CIO가 밝힌 입장을 보면 본사와 모빌리티 사업과의 선긋기에 나섰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해 공동체 비판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을 모빌리티 쪽으로 돌리는 모습이다.
배 CIO는 "때로는 부득이하게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로의 방향성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에 상반된 입장을 가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모빌리티서비스의 수익화와 사업영역 확장 그리고 나아가 IPO(기업공개)에 대한 사회의 우려를 경청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카카오는 주주구성의 변화로 2대 주주로 한발 물러서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립을 응원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보고 있다"며 "모든 대안과 전략을 더 넓은 시각으로 고민하다가 이번 주주구성 변경안도 검토를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과 얽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담이 컸다는 평이다. 지난해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골목상권 침해 뿐 아니라 문어발식 사업확장 논란 등으로 인해 국정감사장에 여러차례 불려나가 정치권의 비판을 직접 경험했다. 올해 김 창업자는 카카오의 등기임원 자리를 내려놓고 해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에는 국감 영향도 컸다. 대신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를 설립, 김성수 부회장과 홍은택 부회장을 센터장으로 앉혔다.
다만 카카오가 2대 주주가 되고 사모펀드(PEF)가 최대주주로 나섰을 때 현재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상생안이 지속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공동체 내에 있었을 때에는 전사 차원에서 상생기금을 마련하고 상생안을 내놨지만 2대 주주로 물러나는 경우는 다르다. 결국 카카오도 최대주주의 의사를 반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빌리티 업계 전반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평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입하면서 분명 택시나 대리업계에도 개선된 부분이 많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어준 측면도 있었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이해관계자가 많은 업계를 상대하기는 버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번번히 정치권이나 관련 업계와 마찰을 일으키는 것보다 그냥 사업을 포기하는 편을 택한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PEF가 최대주주가 됐을 때 시장환경이 더 나아질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김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슈 & 보드]'10조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 과거와 다른 점은
- [이슈 & 보드]삼성전자 자기주식 매입, 허은녕 사외이사만 기권
- [이슈 & 보드]'시총 20조 목전' 메리츠금융, 돋보인 밸류업 결단
- [그룹 & 보드]정교선의 현대홈쇼핑, 밸류업 빠진 이유 '정체된 성장'
- [그룹 & 보드]'닮은꼴' 현대백화점그룹, 핵심지표 일제 상향 기대
- [그룹 & 보드]현대지에프 장호진 대표, 오너 일가 최측근
- [그룹 & 보드]지주사 전환 1년 현대백그룹, '밸류업' 원동력은
- [2024 이사회 평가]몸집 키우는 솔루스첨단소재, 이사회 점수는 '50점'
- [Board change]상장 닻 올린 롯데글로벌로지스, 이사회는 '완성형'
- [thebell interview]"커지는 이사회 역할, 사외이사 보상 현실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