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환경경영전략]'2050탄소중립' 선언, 짚어볼 쟁점 세 가지①다소 늦은 RE100 합류…'삼성표' 환경경영전략 살펴보니
김혜란 기자공개 2022-09-19 14:05:49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5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예고한 대로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이니셔티브 가입'을 발표했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RE100을 포함한 환경경영 비전 발표는 글로벌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벤트다.삼성전자는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경영의 패러다임을 '환경경영'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큰 의미를 부여한 선언이었으나 언론 보도자료로 발표했을 뿐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나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RE100 추진 선언을 미뤄온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의 '환경경영 전략'을 둘러싼 몇 가지 쟁점을 짚어본다.
◇삼성표 '신환경경영전략' 내용은?
15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신환경경영전략'의 골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추진하고 RE100 이니셔티브 대열에도 합류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 DX부문부터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하고 디바이스솔루션(DS) 등 나머지 사업부는 2050년을 목표로 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제품 생산 등 직접적인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Scope1)와 제조를 위해 사용되는 전기·냉방 등의 간접 배출원(Scope2)을 합쳐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한다는 것이다.
Scope1 관련해선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를 통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배출원을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2050년까지 RE100에 근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녹색 요금제(Green Pricing),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Direct Generation)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단 설명을 덧붙였다.
Scope2 부문을 줄이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RE100 이니셔티브 가입이다. RE100 이니셔티브는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단 목표를 공유하는 기업들의 모임이다.
◇탄소감축 핵심은 DS
삼성전자는 부품(반도체)와 완성품(가전·모바일)을 모두 생산한다. 이 중 삼성전자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는 반도체 공정에서 연료로 쓰는 액화천연가스(LNG)와 공정과정에서 나오는 공정가스에서 주로 나온다. 탄소감축의 핵심인 Scope1에서 성과를 내려면 반도체 제조 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효율을 대폭개선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처리 시설을 라인에 확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삼성전자의 보도자료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초저전력 반도체·전력사용 절감 전자제품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단 점이다. 공정 미세화와 저전력 설계를 통해 생산된 반도체는 각종 정보통신(IT) 제품과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면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는 제품 사용 단계로 넘어간 뒤 얘기라 삼성전자의 Scope1이나 Scope2 감축 노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 특수성을 내세워 탄소감축에 기여하는 부분을 봐달라고 어필할 수는 있다.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한다'는 마케팅 포인트를 잡고 가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RE100 참여는 반도체 기업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DS 사업부가 앞장설 수밖에 없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RE100이 적용된 반도체를 납품받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협력업체의 탄소배출까지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은 애플에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납품하고 있다. 애플 외 구글, 아마존 등 대형 반도체 고객사는 물론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사인 대만 TSMC도 이미 RE100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안 나섰을까?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은 국내·외 업계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벤트로 기대를 모았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RE100 가입 여부는 글로벌 기업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전략과 직결돼 있다.
삼성은 이번 '신환경경영전략' 선언을 최근 복권된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비전을 보여줄 이벤트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조만간 회장 승진을 앞둔 이 부회장이 글로벌 사회의 ESG경영 동참 요구에 부응하는 그림을 보여주며 글로벌 리더십을 부각하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해외 출장 중인 상황에서 이번 환경전략을 발표하면서 무산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나 한 부회장, 최고경영자(CEO)가 따로 (환경전략을) 외부에 발표하진 않고 자료만 내기로 했다"며 "다만 사내에선 따로 한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건 삼성전자가 그동안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RE100을 선언하지 않고 시간을 끈 이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간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미비해 실질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섣불리 할 수 없다는 판단에 RE100 선언을 미뤄왔다. 정부가 지난해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도입하며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제도 안착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국내에서 RE100 약속을 지키기가 불확실한 상황인데,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발표하며 책임감을 강조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RE100의 취지는 좋으나 하지만 삼성전자 같은 거대한 기업이 제대로 하기는 너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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