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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기회의 땅’ 인도네시아…당국 규제 리스크 부담인구수·지하자원 풍부…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한계점 명확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기욱 기자공개 2022-09-29 07:15:58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도네시아는 국내 금융사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져 왔다. 많은 인구수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각 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이 베트남 법인과 함께 신남방시장 진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 불투명한 회계 기준, 상이한 노동 문화, 금융당국의 규제 등은 국내 금융사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수 전 세계 4위…올해 경제성장률 5%대 전망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인구수다. 올해 기준 인도네시아의 인구수는 약 2억8000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4번째로 많다. 국토 면적 역시 약 1억9000만㏊(헥타르)로 세계 14위에 해당한다. 넓은 영토에서 나오는 니켈, 구리, 보크사이트 등 지하자원들도 인도네시아 경제를 성장시키는 주요 동력 중 하나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은 1위로 전 세계 매장량의 2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구리 생산량은 전 세계 9위를 기록했으며 매장량도 10위로 높은 편이다. 알루미늄 제조에 필요한 광석 보크사이트의 매장량도 전 세계 6위에 해당한다. 지리적으로도 인도양과 태평양, 남중국해가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국제 해상무역의 주요 경유지기도 하다.

많은 인구수와 풍부한 지하자원, 지리적 이점은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축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5.01%와 5.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각각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5.4%, 5.1%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3.69%) 대비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물가상승률도 지난달 4.69%를 기록하며 전 세계 주요국들에 비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도 인도네시아는 기준금리를 지난달이 돼서야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기준금리는 3.75%다.

코로나19로 인한 규제도 대부분 해제됐다. 지난해에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대도시들이 대부분 봉쇄됐으나 현재는 경제생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된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중소기업과 지역경제를 위해 204조루피아(약 2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코로나 진정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의료와 제약 부문에 대한 세금 공제 등 다양한 코로나19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의장국으로서 발리에서 G20 정상회의도 개최할 예정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영업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베터리셀 합작 공장을 설립 중이며 포스코도 현지 합작사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제철소를 확대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 중심가 빌딩의 모습

◇현지 금융당국, 한국인 직원 고용 제한…신용평가 제도 미흡

높은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사들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들은 베트남 현지법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세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의 엄격한 규제들이 경영에 최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OJK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해있는 금융사들의 본국 직원들의 수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현지인 임원 비율도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자국의 금융 산업 노하우와 현지 직원들의 고용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10명 내외 작은 수의 직원들로 경영 기획, 현지 직원 관리, 한국 법인 영업 등의 업무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 임원급을 제외한 외국인 직원들의 근속 연수를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애로사항 중 하나다.

한 현지 관계자는 “시장 시스템과 영업 방식 등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에 직원이 새로 와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수밖에 없다”며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시장 이해도를 높여도 규제때문에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 수도 제한돼 있어 한국 직원들의 업무 과부하가 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현지 관계자 역시 “CEO급 직원들은 취업하기 위해서 OJK의 면접을 통과해야한다”며 “면접 강도도 높고 기간도 오래 소요되는 편이라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 자본금 규모 등에 따라 한국인 직원 채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한국계 은행의 선진제도 및 시스템을 현지에 전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과 다른 현지 문화도 어려움 중 하나다. 노동 문화가 한국과 달라 결근, 지각 등 현지 직원들의 근무태도 관리가 쉽지 않으며 이슬람 종교적 특성상 연체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평가에 대한 시스템도 부족해 신용대출 영업도 아직 활성화 돼있지 않다. 전체 인구의 약 절반 가량만이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등 금융접근성도 낮은 편이다.

한 시중은행 현지법인 관계자는 “지배구조가 불확실한 기업이 많으며 불투명한 회계 시스템으로 인해 재무제표의 신뢰도도 낮아 아직까지는 신용제도가 정착되지 못했다”며 “재무제표의 신뢰성 및 신용도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식수준이 낮아 연체율 및 부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건전성 유지가 최대의 관건”이라며 “채권자 보호절차 수준이 매우 낮아 정형화된 담보에 의존하는 대출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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