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19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야흐로 ‘K-바이오 서바이벌’의 시기다. 벤처캐피탈을 포함한 투자기관은 손발이 묶였고 바이오텍은 펀딩에 허덕인다. 눈이 번쩍일만한 R&D 성과가 나온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긍정적 시그널을 찾아보자면.# M&A가 눈에 띄게 늘었다. 몇 년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특히 PEF와 대기업들이 매수자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K-바이오텍 숫자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했다. M&A는 그 숫자를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합종연횡’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차피 모두가 생존하긴 어렵다. M&A 확대는 IPO 쏠림을 완화할 수 있다. 투자자 또는 창업자 입장에선 엑시트 다변화다. 현재로선 의료기기 쪽에 집중됐지만 신약개발 영역으로도 확대될 듯하다.
# 바이오텍 창업도 예전만큼 늘지 않고 있다. 앞서 말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장이 좋을 때는 포닥(박사후 연구원)을 중도에 때려치고 창업대열에 나서는 연구자들이 적지 않았다. 자금이 넘치니 시리즈 A를 200~300억원 밸류에 거뜬히 받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어림없다. 오히려 몸을 사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쩌면 창업에 도전할 만한 교수님들도 이미 대부분은 학교를 '뛰쳐나온' 듯 하다. 사업화할 만한 신규 파이프라인이나 기술도 국내에선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 보인다.
# ‘펀딩이 안된다’라고 단정짓기보다 ‘될놈만 된다’라는 표현이 맞을 수 있겠다. 버블기에는 사실 자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 회사조차 펀딩이 되서 문제가 됐다는 생각이다. 소위 ‘좀비바이오’로 분류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전망이다. 이는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떨어뜨리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일부 업체는 신규 펀딩 과정에서 직전 라운드 대비 밸류를 낮춰야 하겠지만 고통 분담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 몇 년전 만해도 신약개발 등으로 사업 목적을 추가해서 주가를 띄우려는 코스닥 상장사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짝퉁바이오’로 불리는데 이제는 투자자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상당수가 자취를 감춘 듯 하다. 코로나 치료제·백신 테마주에 혼쭐난 이들이 더 이상 '원숭이 두창'에 속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일부 신약업체들이 상업잠재성이 없는 파이프라인을 과감하게 ‘킬’하는 용기를 보여준 것도 의미있는 행보로 보여진다.(예전에는 주가하락이 두려워 공시하지 않고 이를 숨기는 업체가 적지 않았다)
결국 K-바이오가 겪는 과도기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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