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환경경영전략]RE100 핵심은 '태양광·PPA'인데…더 어려워진 재생에너지 조달④정부 정책은 '원전'에 방점, 정쟁에 휩싸인 태양광 발전 산업은 위축
김혜란 기자공개 2022-09-22 12:53:37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이니셔티브' 가입은 경쟁사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의 RE100 가입 시점이 2020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어졌다. 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미뤘던 건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이 충분하지 못하단 판단에서였다.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가시화되고 인프라 구축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오는 시점까지 기다려온 것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작년보다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RE100을 달성하려면 Scope2(제조를 위해 사용되는 전기·냉방 등의 간접 배출원) 부문 저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보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 정부에선 태양광 산업 육성에 힘을 줬으나 올해 윤석열 정부 들어선 에너지 정책의 무게 중심이 원자력발전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정책을 바라며 때를 기다렸던 삼성전자로선 더 나빠진 상황에 놓인 셈이다.
◇역행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원자력이 대안될까?
20일 정부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넣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상당히 후퇴할 전망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30.2%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가 21.5%로 크게 줄었다.
원전은 '무탄소 에너지'로 분류되기는 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와는 다르다. 무탄소 에너지는 탄소는 배출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을 말하지만, 원전의 경우 생태계 파괴와 폐기물 배출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유럽연합(EU)도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키긴 했으나 실제로 원자력 투자에 대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도록 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전 정부가 탈원전 대안으로 부각시켰던 태양광 사업이 혈세낭비와 권력형 비리사슬로 작용했다고 주장하며 비위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태양광비리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산업이 크게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민사회와 협력" 보도자료의 행간은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은 전력사용에 의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Scope2 분야 감축 과제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얘기다.
작년 기준 삼성전자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소비한 전력은 25.8테라와트시(TWh), 국내에만 한정하면 약 18TWh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전력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간접배출량(Scope2)은 지난해 기준 979만6000톤(t)이었다.
그러나 한국전력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TWh로 전체 발전량의 7.5%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에 한참 못 미친다. '친환경 경영'을 하기엔 척박한 토양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신환경경영'을 발표하며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한 행간에는 이런 속사정을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에서 "핵심 반도체 사업장이 자리잡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안좋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면서 "삼성전자는 단순히 에너지 구매자로서의 기업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동종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도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시민사회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의 정치적 상황에선 삼성전자로선 시민단체가 나서 정부의 정책 전환을 압박해주는 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곧바로 투자자나 환경단체도 나섰다.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이 삼성전자 RE100 선언 이후 공식 입장문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선언은 한국 정부의 기후 대응 관련 공약이 상당히 후퇴하는 듯 보이는 현시점에 나왔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더 빠르고 과감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수립되도록 정부·국회·언론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태양광·PPA'
삼성전자가 Scope2 저감 대책으로 제시한 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녹색 요금제(Green Pricing),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Direct Generation)이다.
이 중 핵심은 PPA라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PPA에는 한국전력의 중개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제3자 PPA'와 직접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직접 PPA'가 있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국내에서 RE100 달성에 가까워지려면 녹색요금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으나 비용이 비싼 데다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해 한계가 있다. 녹색요금제는 기업이 기존에 내던 전기 요금에 추가 요금(녹색프리미엄)을 내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제도다.
결국 삼성전자는 자가발전을 하든, PPA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 국내 지리적·환경적 특성상 가장 유리한 재생에너지 발전 방식은 태양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도 (국내 기업들의 RE100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태양광 사업을 공격하며 원전을 부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음 정부에선 에너지 정책이 또 바뀔 수 있다. 기업이 Scope2 저감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정부가 움직여줘야 하는데 앞으로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태양광 사업을 공격한다면 앞으로 RE100 달성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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