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M·노광기 등 소부장 국산화 과제 시급 [K-디스플레이 정책 방향]⑦삼성·LG디스플레이, OLED 핵심장비 일본 의존도 높아…전·후방 동시육성 정책 필요
손현지 기자공개 2022-10-13 13:08:11
[편집자주]
K-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좌우할 키는 정부의 지원 여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정부에 반도체, 배터리, 백신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분야에 전방위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2개의 법안 개정을 통한 시설투자와 세금감면 수혜를 꾀하고 있다. 이들 요구의 타당성과 법안 개정 가능성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2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가치사슬(밸류체인) 경쟁력은 어떨까. 중국과 일본에 비해선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설계, 조달, 생산, 수요 등 전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다만 보완해야할 점도 존재한다. 낮은 내수구조, 조달 경쟁력 취약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FMM, 노광기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선 일본 등 해외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중국이 현지 '국산화 정책'를 등에 업고 소부장 밸류체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스플레이 발전전략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방산업의 발전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의 경우 TV, 스마트폰 세트사들이 생산량을 축소하는 추세라 디스플레이 수요 기반도 낮아지고 있는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TV,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면서 패널사들의 양산능력이 향상되고 있다.
◇영세한 조달분야, 풍원정밀 등 FMM 국산화 초읽기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밸류체인은 크게보면 'R&D·설계→조달→생산→수요' 등으로 구성된다. R&D·설계 분야는 OLED 패널 업체를 중심으로 조달기업들의 사내 연구 부서, 연구소과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조달 단계는 크게 소재(기판, 화소증착), 부품(모듈용), 장비(기판제조, 화소증착, 후공정) 등 세 부류로 구분된다. 기판소재는 디스플레이의 패널 기판을 제작하는데 사용되는 소재를 아우르며, 기판 장비 기판 TFT를 제작하는 공정용 장비로 CVD, 노광기 등이 해당한다.
지역별로 보면 조달분야 OLED 소부장들은 경기도와 충청남도에 집중돼 있다. 패널사를 중심으로 분포한 건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천안·아산과 LG디스플레이가 위치한 파주에 소재해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지가 있는 수원·화성 지역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밸류체인의 문제점은 패널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조달분야는 영세하고 영업이익률의 분산이 큰 편이다. 경쟁국인 일본이 오랜 기간 기초 디스플레이 기술을 축적해 탄탄한 밸류체인을 갖춘 것에 비하면 전문성이 약하다.
일부 소재의 경우 해외의존도도 높다. 대표적으로 RGB-OLED의 핵심 소재인 FMM의 경우 다이닛폰프린팅(DNP)에 전면 의존하는 구조다. FMM은 OLED 화소를 증착 과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다. 국산 FMM는 태동하는 시기다. 지난 2020년부터 정부의 국책과제 수행 대상에 풍원정밀·오럼머티리얼(에칭방식)과 필옵틱스·APS홀딩스(비에칭방식) 등 4곳의 기업이 선정돼 FMM 양산화에 나서고 있다.
RGB 증착기도 대부분 일본 장비업체인 캐논토키(Cannon-Tokki)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TFT 노광공정에 사용하는 스캐너 메인 발주처도 니콘(Nikon)과 캐논(Canon) 등 일본업체가 대부분이다.
◇TV·스마트폰 시장 축소…전방산업 병행 정책 필요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조달 경쟁력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이 작년 9월 실시한 '국가별 OLED 밸류체인 경쟁우위 종합평가'에선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위에 있었다. 해당 연구는 델파이 조사방법으로 디스플레이 산학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수요 안전성, 공급경쟁력, 혁신성, 법·제도·인프라 지표를 두루 평가했다.
한국은 83.4점을, 그 뒤를 중국(73.1), 일본(70.7) 순으로 이었다. 다만 일본과 중국에 비해 열위에 있는 항목도 있었다. 바로 후방산업인 '조달'과 전방산업인 '수요' 분야다. 조달 분야에서 한국은 75.8점으로 일본(89.8점)과 큰 격차를 보였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국산 소부장 채택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이 주요 원인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패널사들은 RGB소재나 TFT공정 과정에서 해외 납품사 의존도가 높다.
수요 분야에선 한국(80.8점)은 중국(81.6점)에 비해 점수가 낮았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수요기반 항목에선 한국은 70.8점을 기록해 중국 93.3점과 점수차가 컸다. 수요 분야 내 법·제도·인프라 항목에서도 한국은 64.2점, 중국은 91.7점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국산화 정책에 힘입어 밸류체인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은 '전방 산업'인 스마트폰이나 TV 시장 파이가 커진 영향도 크다. 화웨이, 샤오미 등 1차 수요자 역할을 하는 중국업체들은 생산량을 점차 확대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하이엔드 제품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면서 생산량을 축소하는 것과 반대되는 기조다. LG전자는 작년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부장 기술 경쟁력향상, OLED 수출 판로 개척 등 디스플레이 밸류체인 전후방 산업 강화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인력양성, 기술 유출 방지, 중소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을 포괄하는 정부의 종합 전략 정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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