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18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기술력은 있지만 매출은 더디게 나오는 바이오텍이 주로 활용했다. 상장 후 3년간은 사후 관리(매출 요건은 5년)도 면제해준다. 그렇다면 특례 기한이 끝나면 어떨까. 시행 첫 해였던 2005년부터 2018년 9월 사이 상장한 바이오텍들은 현재 세전손실 관련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적용받고 있다.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들 중 올해 상반기 기준 세전 손실이 자기자본 50%를 초과한 곳은 70%에 육박한다. 최근 3년 연속 세전 이익을 유지하는 업체 비율은 일부 진단업체를 포함하면 14%에 그친다. 소위 ‘돈을 버는’ 신약개발사는 한 곳도 없었다. 상당수는 내년에도 세전손실 기준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2년 연속이면 곧바로 ‘관리종목’ 행이다.
지금까지 상장폐지만 없었을 뿐 관리종목으로 들어간 바이오텍들은 꽤 있다. 문제는 이들 수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세전 손실이어도 주기적인 시장 조달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문제는 요즘처럼 펀딩이 어려울 때다. 특히 과거에 찍어놓은 CB, BW 등이 주가 하락으로 보통주 전환이 안되면 조기상환을 대비해야 한다. 만약 갚을 돈이 없으면?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펀딩을 위해서 아예 경영권을 내놓는 신약개발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창업주로선 뼈를 깎는 고통이지만 상장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보통 3자배정 증자 형태로 새 주인을 찾는데 거래는 난항이다. 부동산 등 알짜 자산이 있으면 모를까 이미 펀딩이 안되는 회사의 경영권까지 굳이 가져갈 투자자는 많지 않다. 기술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말이다.
일부에선 기술특례 상장사들에 대한 ‘혜택’ 기간을 좀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제도적 한계 때문에 모더나(Moderna)처럼 10년 이상 적자 후 코로나 백신으로 잭팟을 일궈내는 기업이 나오지 않는 거라고. 신약개발사들이 매출을 내기위해 화장품, 물티슈 등 불필요한 비즈니스에 자원을 소모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헷갈린다. 기술특례 상장사라는 이유로 외부 투자금으로만 영업을 이어가는게 정당화될 수 있는건지. 신약개발사면 돈을 안 벌어도 언제까지 떳떳할 수 있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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