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 뿐인 자본, 신종자본증권]아시아나항공 영구채의 악순환⑫연간 이자 900억 수준 고금리…탈출구는 대한항공 M&A
고진영 기자공개 2022-12-05 13:31:19
[편집자주]
흥국생명이 2009년 우리은행 사례 이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자본시장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불었다. 금융당국까지 나서면서 사태를 진화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혹은 그 이상이고, 발행사가 자기 의지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그 특징을 토대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흥국생명 사태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진정 자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THE CFO가 조명하고자 하는 곳도 이 지점이다. 더불어 금융사보다 발행 규정이 느슨한 비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취지대로 발행되고 운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9일 10:3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조달 형태로 꼽힌다. 비싼 이자를 주더라도 외부자금을 끌어오면서 자본까지 늘릴 수 있으니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엔 손쉬운 방편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 받자 4년간 영구채를 7건 연속 찍어냈다.하지만 이제 1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영구채가 숨통을 답답하게 죄고 있다. 표면적으로 자본이긴 한데, 10% 안팎에 육박하는 이자율을 보면 고금리 차입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공모채 시장 외면, 회계기준 변경에 영구채 '노크'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비교해 신종자본증권 시장 데뷔가 꽤 늦었다. 2018년 6월 처음으로 3억달러 규모의 해외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는데 KDB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 업무협약(MOU)의 일환이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공모채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2017년 600억원어치 발행을 마지막으로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찾지 않았다.
시장 조달 문턱이 높았을 뿐더러 자본 확충도 시급했다. 이듬해 운용리스 회계처리(K-IFRS) 변경에 따라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했던 탓이다. 결국 사정이 여의치 않은 국내를 피해 해외 신종자본증권 시장을 두드렸지만 요청 물량이 2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불발됐다.
광화문 사옥을 매각하는 등 현금이 절실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이듬해인 2019년 3월 국내에서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재추진한다. 다행히 예상밖의 흥행에 성공, 우선 금리 8.5%에 850억원을 찍고 2차로 650억원을 추가 발행키로 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린 찰나 일이 터졌다.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대기업에는 이례적으로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냈다. 사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으로까지 번졌고 투심을 잃은 아시아나항공은 2차 발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고금리 차입, 금융당국 '부채로 봐야'
사면초가, 자금조달 길이 막힌 아시아나항공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계획을 세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2019년 4월 4000억원, 6월에 1000억원을 수혈해줬다.
눈에 띄는 부분은 이때부터 발행된 영구채들에 '최대주주가 바뀌면 즉시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매각을 추진 중이었던 만큼 인수 회사가 고금리의 빚을 최대한 빨리 갚을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자율을 보면 최초 발행금리는 연간 7.2%이고, 여기에 2년 뒤부터 연 2.5%포인트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가산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만기가 없다는 이유로 자본에 포함되지만 실상은 조건이 좋지 않은 차입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금융당국에서도 공유하고 있었다. 신종자본증권의 회계처리 문제가 재차 화두로 떠올랐던 시기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영구채를 회계상 부채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전하는 등 불확실성이 불거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를 의식해 2019년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회계기준 개정으로 사채가 자본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 조기상환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조건을 명시하기도 했다. 영구채가 언제든 부채가 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자본은 채웠지만…7~12%대 이자율 부담
물론 높은 금리와 별개로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부분 자본잠식이었지만 2020년 6월 3000억원(97회), 2020년 12월 각각 3000억원(98회), 600억원(99회)의 영구채를 찍으면서 그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이중 98회분은 전환사채(CB) 형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대한항공이 매입했다.
문제는 이자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3월 발행했던 영구채 850억원을 작년 초 서둘러 갚았다. 2년이 지나면 이자율이 연 8.5%에서 11%로 변경되고 조정금리까지 더해지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찍은 영구채 2건의 경우 스텝업 기한이 작년 도래했는데도 상환을 하지 못했다. 가산 금리가 추가됐다는 뜻이다. 총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에 7.20%의 금리가 걸려 있었는데 9.70%로 상승했다.
심지어 2020년 6월 발행한 영구채 3000억원은 발행금리가 7.2% 였으나 스텝업 조항에 따라 올 6월 12.45%로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자를 낮추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했지만 일부인 1800억원을 갚았을 뿐이다. 차환 목적으로 찍은 영구채 규모가 1750억원에 그쳐 모두 상환할 여력이 없었다. 남은 건 1200억원인데 여기에 대해 내야 하는 이자만 연 149억원을 넘는다.
내달에는 또 2건의 영구채 콜옵션 행사기간이 도래한다. 특히 산업은행이 인수한 600억원 규모의 영구채는 최초 금리가 7.3%로 매년 44억원에 가까운 이자를 내고 있다. 조기상환 시기도 4.5년 뒤여서 2024년 중순까지는 부담을 안고 있어야 한다.
◇악순환 돌파구는…대한항공발 유증자금 1.5조
결과적으로 지금껏 발행한 영구채 1조4200억원 중 갚은 것은 2650억원 뿐이다. 종속기업인 에어부산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도 1100억원이 있어서 올해 9월 말 연결기준으로 미상환잔액은 1조2650억원에 이른다.
이 잔액에 대해 작년 신종자본증권의 배당(이자) 등으로 회계처리된 금액은 917억원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이 2020년 영업적자를 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932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지출일 수밖에 없다.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했던 영구채가 결국 재무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선 대한항공으로의 인수합병(M&A)이 차질없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신주를 인수하고, 앞서 매입한 아시아나 영구채를 주식 전환하는 방식으로 M&A를 추진한다.
유증 자금이 유입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고금리 영구채를 모두 갚을 수 있다. 올 6월 발행한 영구채를 제외하면 모두 '최대주주 변경시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증 자금을 써서 상환할 경우 영구채가 갑자기 자본에서 빠져나가 부채비율이 오르는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수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재무 전략을 짜고 있으며 (영구채 상환 등의 문제는) 인수 이후 대한항공과의 상의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며 이자부담에 관해선 “올해는 여객사업이 많이 회복되면서 현금흐름과 유동성도 좋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누적 영업이익이 4825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5543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냈는데 ‘킹달러’ 여파로 외화환산손실이 증가한 탓이다.
이 환차손이 결손금으로 잡히면서 부분 자본잠식은 피하지 못했다. 9월 말 기준 연결 자본총계는 1335억원으로 자본잠식율이 64.1%를 나타냈다.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분류한다면 완전 자본잠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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