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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보험사 퇴직연금 운용 완화 조치…유동성 경색 우려 생보협회 등 특별계정 차입한도 비조치 의견서 전달

이돈섭 기자공개 2022-12-08 10:15:45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5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연말 퇴직연금발 머니무브로 인한 채권시장 경색을 우려, 보험회사 특별계정 운용을 완화하는 조치를 내놨다. 특별계정 차입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 연말 대규모 적립금 환매에 따른 유동성 악화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권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시장 구조적으로 일정 규모 환매는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퇴직연금 특별계정이 자산의 100분의 10 범위를 초과해 차입하더라도 보험업법상 제재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지난달 말 전달했다. 해당 비조치 의견서는 내달 3월 말까지 유효하다. 생명보험협회 등은 지난달 금융당국 측에 퇴직연금 특별계정 차입한도 위반시 비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이번 조치가 유동성 충격에 대비한 것임을 언급했다. 금감원은 "급변하는 대내외 금융시장을 감안할 때 퇴직연금의 대규모 자금이동이 예견된다"며 "현행 특별계정 차입제한을 준수하기 위해 보험사가 채권 등 자산을 단기간 대량 매각할 경우 경색된 자금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 가격 폭락에 따른 보험계약자 손실 위험이 있으므로 채권시장 정상화까지 한시적으로 차입제한을 유예하여 퇴직연금 대규모 환매에 대응한 유동성 확보 수단을 제공할 필요성이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퇴직연금 특별계정이 자산의 100분의 10 범위를 초과해 차입하더라도 보험업법상 제재를 비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은 보험사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별도 특별계정에서 관리토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계정은 일반계정과 다른 특별계정 사이 자산 편·출입뿐 아니라 타 금융회사 차입이 불가능하다. 다만 타 금융기관과 일반계정의 만기 1개월 내 단기자금 등의 경우 특별계정 자산 10분의 1 한도 안에서 예외적으로 차입할 수 있게 했다.


보험업권에서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이율보증형 보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기업이 운용 주체인 확정급여형 적립금을 유치한 뒤 일정기간 국공채 등에 투자해 확정 이율을 보증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연 3~4% 수준의 이율을 제공해왔다. 금리상승기 시중금리를 탄력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워 금리하락기 유리하다는 평가다.

연초 이후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예·적금 금리가 연 5%대까지 치솟은 상황. 이러한 이유로 보험업권에선 연말 기업 결산시기 등에 맞물려 보험업권 내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량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말 보험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79조원. 생보업계가 65조원, 손보업계가 14조원 수준이었다.

보험사 적립금이 만기 연장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이탈할 경우 보험사는 채권을 매각해 적립금을 확보해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국내 채권 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게 일었다. 국내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최소 조단위 적립금 이탈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채권 시장 유동성이 급격하게 경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감독당국은 시장 경색을 우려, 지난달 말 퇴직연금 사업자에 적용하는 공시규제를 퇴직연금 비사업자에도 일괄 적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삼은 행정지도에 나섰다. 퇴직연금 비사업자들이 사업자 공시 이율을 참고한 뒤 더 높은 이율을 제공해 금리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적립금 이탈 속도를 자극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를 반영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자금 이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감독당국의 퇴직연금 특별계정 차입 완화 조치는 보험사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일반계정에 있는 자산을 일부 특별계정에 끌어올 수 있게 되면서 대규모 환매 조치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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