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이 좋을때는 별 문제가 없다. 바이오텍에 투자하면 어떻게든 IPO를 가던 시절이 있었다.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선 여기저기 ‘씨’만 뿌리면 됐다. VC간 경쟁으로 신약개발사 밸류에이션은 자연스레 올라갔다. 이들의 코스닥 입성도 화려했다. 심사역들은 두둑한 인센티브를 당연히 여겼다.올해는 어떨까. 12월까지 IPO가 성사된 국내 바이오텍은 손에 꼽힌다. 역대급 침체기다. 회수 시장이 닫히면서 벤처캐피탈은 지갑을 닫았다. 자금줄이 끊긴 비상장사들은 생존 경쟁에 직면했다. 시리즈 구분은 무의미해졌고 상시 펀딩 체제로 바뀌었다. 일부 자금 조달이 성사된 바이오업체를 보더라도 투자자 가운데 VC를 찾기는 어려워졌다.
VC 입장에서 돈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 드라이파우더(Dry Powder)는 넘친다. 하지만 펀드 소진을 위한 투자는 곤란하다. 심사역 입장에선 섣불리 바이오텍에 투자했다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커리어를 한방에 날릴 수 있다. 상장 주식은 그나마 매도라도 가능하지만 비상장은 그러기도 어렵다. 거래소 요청으로 기껏 RCPS를 보통주로 전환했더니 정작 예심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다.
해당 업체 입장에선 IPO가 막힌 만큼 추가적인 조달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버는 돈이 없으니 IPO 재도전까지 서바이벌 자금이 필요하다. 상황이 안좋으면 시리즈 C 또는 프리IPO 전후의 밸류 수준으로 낮춰서라도 펀딩을 해야 한다. 문제는 벤처캐피탈을 포함한 기존 투자자들의 재투자(follow-on) 여부다. 이때부터 눈치보기가 시작된다.
사실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더라도 조금씩 손실을 부담하며 재투자를 단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VC는 낮아진 밸류에 이뤄진 펀딩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다. 재투자는 커녕 펀딩 전제 조건으로 해당 바이오텍이 투자지분을 되사도록 하는 풋옵션을 행사하기도 한다. 피투자회사가 어떻게되든 간에 본인들의 투자금 회수가 먼저라는 거다.
벤처캐피탈의 ‘책임 투자’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펀드 만기도 그렇고 이들이 모태펀드 등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자금으로 투자를 집행한 것을 고려하면 딱히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작금의 바이오텍 투자 현실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단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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